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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이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룹 총수인 이재현 회장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과감한 투자 행보를 이어가면서 신규 사업 발굴에 있어 다른 그룹들에 비해 한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J는 올 하반기 마지막 '빅딜'로 꼽히는 코웨이 인수전에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초 인수 후보군으로 꼽혔던 SK·LG·롯데 등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CJ는 중국 시장에서 코웨이의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환경가전이 주목 받는 점에 주목하고 강력한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CJ의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국내 종자시장 1위 기업인 동부팜한농의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해 LG화학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CJ는 올 들어 CJ브리딩이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하면서 농업 사업에 뛰어들었다. 종자 산업을 CJ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4일에는 CJ대한통운이 중국 최대의 냉동물류 업체인 룽칭물류를 4,550억원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서 일본 업체에 밀려 고배를 마신 뒤 절치부심한 끝에 일궈낸 성과였다. CJ대한통운은 룽칭물류 인수 성과를 바탕으로 5년 내 매출을 25조원 규모로 늘려 글로벌 5대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외에도 그룹 내 문화사업 계열사인 CJ E&M, CJ CGV, CJ헬로비전 등이 오는 2020년까지 약 10조원을 M&A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실 CJ의 왕성한 M&A 활동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기업경영 평가기관인 CEO스코어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CJ는 지난 2010년부터 올 2월까지 총 36개의 기업을 인수했다. M&A 건수로만 따지면 10건 안팎에 그친 다른 대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인수 규모도 2조8,094억원에 달한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온미디어와 국내 1위 택배업체인 대한통운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성과는 손경식 회장, 이채욱 부회장 등이 부재 중인 이 회장을 대해 과감한 투자 결정을 진두지휘하면서 일궈낸 성과라는 게 투자은행(IB)업계의 평가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대표는 "CJ는 총수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도 최근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해외기업 M&A 대해 가장 많은 문의를 해온다"며 "앞으로 몇 년 동안은 CJ에서 크로스보더(국가 간) 딜을 선도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손 회장도 올 초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글로벌 물류기업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아시아·북미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CJ의 M&A 성공 전략은 선택과 집중에 있다. 실적이 좋은 기업이라고 무조건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업체를 선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CJ가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국내 물류업체 동부익스프레스와 대우로지스틱스의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지만 결국 발을 뺀 것도 아시아 지역에서 추진하는 해외사업과 맞물리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CJ의 경영 상황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CJ는 부사장급 이상의 임원이 실무에 관여하며 세세한 내용까지 살필 정도로 M&A 거래에 의욕을 갖고 임한다"며 "그룹 총수의 재판 문제가 완전히 마무리되면 지금보다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