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야후의 CEO 머리사 메이어 Marissa Mayer 와 테니스 경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여러 빛깔의 광택 나는 보라색 가운을 입고, 찻잔의 차를 홀짝 거리고 있다. 그녀의 드레스는 발을 가릴 정도로 길다. 그래서 마치 테니스 코트의 베이스 라인 위를 동동 떠서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공을 치고, 턱을 하늘로 치켜든다. 그리고 느린 동작으로 웃는다.한편, 필자는 쥐가오리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쥐가오리는 스타워즈의 랜드 스피더 Landspeeder처럼 땅위에 떠서 맴돈다. 필자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이 위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공을 친단 말인가? 게다가 셔츠 깃이 이렇게 목을 옥죄고 있다면? 도저히 라켓을 휘두를 수가 없다. 머리를 왼쪽으로 휙 젖힌다. 오른쪽으로도 젖힌다. 그러다 아래턱을 할퀴었다. 공이 네트를 넘어 이쪽을 향해 날아온다. 머리만 움직일 수 있어도 공을 칠 수 있을 텐데.
그리고 휙. 그녀가 사라진다. 필자는 낯선 방에서 눈을 뜬다. 칠흑같이 어두운 방엔 정적만이 흐른다. 이곳이 어딘지 생각해내려 애를 쓴다. 이곳은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스 Santa Cruz.다. 거칠게 숨을 쉬며 목 주변을 휘감고 있는 선들을 조심스럽게 풀어낸다. 시계를 보기 위해 몸을 뒤척인다. 새벽 3시를 막 지난 시간이다.
그제서야 필자는 방금 그 장면이 2월의 어느 날 밤 11시 18분부터 6시 16분 사이 경험한 18회의 렘 수면 방해 즉, 18개의 꿈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CEO에 대한 꿈을 꾼 장소 중 가장 낯선 곳이다. 필자는 실험실에서, 선들이 복잡하게 연결된 의상 - 뇌 활성도 및 호흡, 안구 운동, 근육 긴축 및 심박 수를 측정하기 위해 고안됐다 - 을 입고 있다.
상황을 설명하자면, 팔자 역시 많은 이들처럼 수면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왜 어느 날 아침은 기운이 넘치고, 또 다른 날은 침대에서 머리를 일으키기조차 힘이 드는 것일까? 일어나니 침대 커버는 바닥에 떨어져 있고, 필자는 침대를 가로질러 누워 있다. 아내는 손님방에서 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얼마나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숙면을 취할 수 있을까이다. 마법의 약이 필요한 건 아니다.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다 시도해봤다. 바로 다들 알 법한 흔한 방법들로, 스트레스 줄이기, 운동 더 많이 하기, 식단 개선하기, 오후에 카페인 섭취 하지 않기, 휴대폰 내려놓기 등이다. 이런 개별적 방법들은 늘어놓자면 끝도 없다.
그래서 필자는 수면다원검사(PSG)를 받았다. 수면 미스터리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바람에서였다. 검사는 풀파워 테크놀로지스 Fullpower Technologies 실험실에서 진행됐다. 전날 저녁 필자는 위층 사무실에서 이 기업 설립자이자 CEO인 필리프 칸 Philippe Kahn과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프랑스계 이주민 출신인 칸(63)은 웹이 발명되기도 전에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1980년대 중반 볼랜드 소프트웨어 Borland Software를 설립했다. 후에 이 기업은 마이크로 포커스 Micro Focus에 의해 인수됐다. 그 후 그는 스타피시 소프트웨어 Starfish Software (모토로라 Motorola가 인수)와 라이트서프 테크놀로지스 LightSurf Technologies (베리사인 VeriSign이 인수)도 창업했다. 1997년에는 딸의 탄생을 기다리는 동안 모토로라 스타택 Motorola Startac과 합작해 첨단기술의 카시오 Casio 카메라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처음 휴대폰으로 디지털 사진을 전송한 주인공이라고 주장한다.
또 웨어러블 기술에서도 선두주자 역할을 해왔다. 그것이 바로 풀파워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회사는 자체 소프트웨어에 대한 라이선스를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 로비 벽에는 웨어러블 관련 소프트웨어와 장치 관련 특허 액자가 60개 넘게 걸려있다. 가장 오래된 특허는 2005년 취득한 것으로, 당시는 걸음 수 측정 기술이 아직 보편화 되지 않았을 때였다. 회의실에는 실물 크기의 침대가 있고, 그 주변에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다. 이곳을 보면 칸이 요즘 무엇에 주목하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풀파워는 10년 전 수면 패턴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실험실을 만들었다. 실험 대상자는 머리, 가슴, 다리, 팔에 전선을 부착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 대부분 잠깐 눈을 붙인다. 이 순간에 수집된 데이터는 매우 귀중하고,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칸은 “초기에 발견한 사실은 잠깐 눈을 붙일 때가 얕은 수면 주기에 깨기 때문에 몸이 더 개운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수면시간 중 기상에 가장 적합한 시간을 결정해주는 수면주기 인식 알람시계를 개발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문득 떠올랐다. 그는 “7시보단 7시 10분에 일어나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칸은 이 발견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통념을 뒤집고자 하고 있다. 칸은 “사람들은 깨지 않고 8시간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오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전기가 발명되기 전에 사람들은 두 번에 걸쳐 수면을 취했다. 나 역시 두 번에 걸쳐 잠을 잔다. 4시간을 자고 일어난 뒤, 한 시간 반 정도 일을 하고 다시 4시간을 잔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용한 방이 최고의 수면환경이라는 생각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수면 중 반복적으로 깨는 것이 해롭다는 생각도 바꾸고자 한다. 그는 “얼마나 자주 깨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다시 빨리 잠드느냐가 숙면의 관건이다. 잠은 허기와 같아야 한다. 배고플 때만 음식을 섭취하고, 만족할 때까지 먹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풀파워는 칸의 이론을 뒷받침 해 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수면 측정 및 활동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조본 업 Jawbone UP과나이키 퓨얼 Nike Fuel의 웨어러블 기기, 스위스에서 생산하는 스마트워치, 곧 출시될 시몬스 Simmons의 슬립 트래커 스마트베드 Sleeptracker Smartbed에 제공한다. 고객의 동의 아래 풍부한 정보들이 이 제품들을 통해 칸의 연구팀으로 전송되고 있다. 그는 양질의 연구실 데이터와 방대한 양의 현실 데이터를 기계 학습, 인공지능 및 다른 분석기술과 결합하면,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많은 이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이들의 고민은 바로 숙면이다. 그는 “전 세계적인 대규모 수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것이다. 우린 데이터베이스에 2억 5,000회의 수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의미 있는 결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최신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칸 혼자만 이 연구를 진행하는 건 아니다. 저명한 기업가, 데이터 과학자 및 공학자, 그리고 다수의 학자들이 이미 연구하고 있는 분야로, 인구통계학과 지리학, 생활습관, 그리고 유전자까지도 연구에 동원되고 있다. 이들은 수면 데이터가 역사상 가장 풍부한 시대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또 세계의 여러 미스터리들을 해결하는데 같은 기술들을 활용하고 있다. 소형 센서, 빅데이터, 분석학,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기계 결함을 예측하고, 정전 여부를 정확히 찾아내 더 나은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기술이 가장 귀중하고 복잡한 시스템인 인체를 최적화 하는데 활용되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수면 부족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얘기는 과장이 아니다. 미국 질병예방센터(The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수면 부족을 ‘공중보건 전염병(public health epidemic)’으로 지칭한 바 있다. 약 7,000만 명의 미국인들이 수면 장애를 겪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면 부족은 임상 우울증, 비만, 제2형 당뇨 및 암 발병과 연관이 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The 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은 졸음운전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연간 1,550건의 사망사고와 4만 건의 상해사고를 유발한다고 추정한다.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에 따르면, 수면 장애에는 약 84종류가 있다. 장애를 갖고 있는 약 1억 명의 사람들 가운데 80%가 진단을 받지 않았으며, 특히 수면 장애의 일종인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수면 무호흡증에는 코골이 증상이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1,65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천식, 심부전, 뇌졸중, 고혈압 혹은 음주 운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보다 높은 게 현실이다. 연구는 친밀감 손실 및 이혼 등의 간접적 영향은 아예 다루지 않고 있다. BCC 연구는 전문 매트리스, 첨단 기술 베개부터 약품 및 가정용 테스트기까지 수면 보조 제품의 시장 규모가 2019년에 767억 달러까지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면의 비밀을 푸는 사람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칸은 “앞으로 15년 후를 내다보고 있다. 우리가 옳다면, 비만, 당뇨, 고혈압을 포함한 수많은 성인병을 치료하고,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1934년 포춘은 ‘잠’이라는 짧은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실은 적이 있다. 수면연구 시작 후 30년 후를 내다본 기사였다. 불면증에 도움이 되는 당시의 장비, 조합제, 의약품, 그리고 효과가 있거나 적어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자가 치료법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기사는 오발틴 Ovaltine부터 모르핀, 1950년대 중반까지 수면 보조제로 사용됐던 진정수면제 바르비탈 Barbital - 습관성 약품으로 과다복용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 까지 다양한 부문을 다뤘다. 또 잴먼 G 시몬스 Zalmon G. Simmons와 해리 M 존슨 Harry M. Johnson의 관계에 대해서도 밝혔다. 시몬스는 그의 부친이 설립한 동명 기업의 회장이었다. 뷰티레스트 Beautyrest 브랜드의 인기가 가장 좋은 이 회사는 지금까지 약 1억 개의 매트리스를 판매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존슨도 과외로 수면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잴먼은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다. 매트리스 매출의 상승을 꾀하는 것과 숙면을 취하는 것이었다. 최고의 매트리스 기업 회장이 불면증이라니! 그는 존슨에게 2만 5,000달러를 투자해 대학교(지금의 카네기 멜런 Carnegie Mellon 대학교다)에 실험실을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수면 중에는 보통 움직임이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존슨은 160명의 실험 대상에게서 250만 개에 달하는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리고 이 이론이 잘못됐음을 입증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하룻밤 사이에 20~85회 정도 자세를 바꾸며, 그중 35회가 이상적이라고 규정했다. 몸을 자주 뒤척일수록, 수면 후에 더 피로해진다. 그러나 뒤척임이 평균보다 적으면, 일어난 후 몸이 뻣뻣하거나 뻐근함을 느끼게 된다(이 발견은 시몬스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몸을 뒤척이는 것이 이상적인 수면임을 밝히고 난 뒤, 킹 사이즈 및 퀸 사이즈 매트리스를 처음 개발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잴먼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의 불면증은 우울증으로 발전했다. 당시 기사는 ‘ 그의 운이 다하기 시작했다. 잴먼 시몬스의 수면 문제는 곧 해결됐다. 사망했기 때문이다’라고 적고 있다.
오늘날 웨어러블 기기들은 뒤척임을 통해 수면을 측정한다.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 리서치 기업 가트너 그룹 Gartner Group은 2015~2016년에 스마트 손목밴드가 3,600만 개 판매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부분의 피트비트 기기, 조본 업, 나이키 퓨얼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중에서 피트비트가 단연 1위다. NPD 그룹은 피트비트의 시장점유율이 85%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피트비트는 IPO 관련 서류(S-1)로 제출한 인상적인 재무제표 덕분에, 큰 기대를 모았던 기업공개에서 7억 3,200만 달러를 유치할 수 있었다. S-1 서류에 따르면, 회사가 지난해 거둔 7억 4,500만 달러 매출에서 순수익은 1억 3,200만 달러를 차지했다. 올 1분기에는 3억 3,6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8년 이래 2,100만 대 이상의 기기를 판매한 피트비트는 현재 950만 명의 상시 사용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피트비트가 하룻밤 새에 수집하는 데이터 양이 존슨이 평생 일하며 수집한 데이터보다도 많다는 얘기다. 자체 수면 측정 기술 덕분에 회사는 수면 활동량의 변수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실제로 하룻밤 동안 3~17회(평균 9.3회) 깬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대부분 아주 잠깐 깨는 것으로, 이를 기억하지는 못한다. 피트비트의 데이터는 수면 중 깨는 횟수가 45세까지 줄어들다가 그 후에는 유지된다고 사실을 밝혔다. 50세 미만의 남성들은 평균 하룻밤 새에 같은 나이의 여성들보다 한 번 정도 더 깨지만, 이런 차이는 50세 이후 대부분 사라진다.
피트비트의 연구팀은 셸턴 윤 Shelten Yeun의 지휘 아래 모든 데이터를 수집 ·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공학 박사인 윤(36)은 미사일 방어체계와 외과 수술용 로봇의 연구를 진행해왔다. 피트비트의 공동 창립자는 2010년 그에게 기업이 구상하는 웨어러블 기기용 소프트웨어를 제작해줄 것을 의뢰했다. 윤은 “그 말도 안 되는 센서 말인가? 하지만 결국 내가 맡기로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네 번째로 팀에 합류했다.
피트비트의 첫 번째 목표는 걸음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윤은 처음에는 아주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반 가속도계로는 보행 시 손목 움직임과 식사 시의 손목 움직임을 구분해 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곧 그가 생각하기에 완벽한 장치를 고안해냈다. 그는 “회사가 내게 ‘제대로 생각해서 만든 것이 맞나? 그 기계를 주머니에 넣어봤나? 차라리 브래지어 끈에 매다는 건 어떤가?’라고 물었다. 문득 이 문제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수면 측정과 비교하면, 걸음 측정은 비교적 쉬운 문제라 할 수 있다. 먼저, 수면 시도 과정에서 움직임이 없는 것과 실제 수면의 차이는 무엇일까? 웨어러블 기기는 수면 주기와 관련 깊은 심박 수 측정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수면 다원검사처럼 호흡이나 신경 활동을 측정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추론에 크게 의존한다.
피트비트는 수면 측정의 정확성에 대해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용자들이 갖고 있는 의구심에 직면하고 있다. 윤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의구심을 줄이려 한다. 숙면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이 진짜 숙면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 걸음 수 측정을 할 때, 사용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그러나 수면 측정은 그렇지 않다. 칸은 정확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방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방대한 양의 수면다원검사 데이터와 손목밴드의 수면 측정 정보를 활용해 손목밴드 데이터의 결함을 보완할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다.
피트비트의 데이터가 얼마나 정확하든 간에, 회사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흥미로운 패턴도 찾아내고 있다. 윤은 연구팀의 데이터 과학자 중 한 명인 제이컵 아널드 Jacob Arnold(31)를 샌프란시스코의 소마지역(South of Market neighborhood)에 위치한 피트비트 본사 회의실로 불렀다. 아널드는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박사다. 그들은 사람들이 보통 겨울에 잠을 많이 자고, 여름에 더 적게 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만들었다. 햇빛이 수면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다. 온도 역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는 연중 해가 가장 긴 날보다 가장 더운 날 더 적게 잔다.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통 새해를 맞은 주말에 가장 오래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은 잠을 더 많이 잘수록 더 많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윤과 아널드는 통계적으로 필자가 속해있는 40대 남성이 가장 적게 잔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필자는 이 발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몸이 망가졌다는 말인가, 혹은 미래에 더 많은 휴식을 갖게 된다는 희망적인 말인가?
차트들이 나타내는 것을 일반화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중요한 진일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입지를 선점하려면, 피트비트는 사용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윤은 “수면의 비밀을 밝혀내야 한다. 이 데이터들이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데이터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트비트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제임스 파크 James Park도 이 점에 공감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애플 워치 Apple Watch 출시 이후 운동량 측정기 시장이 이미 정점에 오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 워치는 매일 충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면 측정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파크는 고객들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면, 피트비트가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선점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는 “많은 임상 연구들이 조도, 소음, 카페인, 운동 시간 등 특정 요소들이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혀냈다. 그 다음 단계는 바로 규범적인 요소들을 첨가하는 것이다. 여기에 바로 큰 기회가 존재한다. 기업들이 실제로 고객들이 기꺼이 돈을 쓸 만큼 숙면에 도움이 되는 코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남가주 대학교의 돈사이프 예술과학학교 (Dornsife school of arts and sciences) 학과장 스티브 케이Steve Kay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때 그가 피트비트를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일주기성 리듬(circadian rhythm)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그의 수면 패턴이 궁금해 지난밤 수면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는 “11시 15분에 잠자리에 들었고 4시 20분에 기상했다”며 휴대폰 앱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케이는 많은 이들이 그렇듯, 필요한 양보다 적은 휴식을 취하는 편이었다.
베이 시티 캐피털 Bay City Capital의 벤처 파트너에서 창업가로 변신한 로스 베르소트 Ross Bersot도 케이의 회의실에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 올해 40세인 베르소트와 53세인 케이는 현대판 잴먼 시몬스와 해리 제이슨이라 할 수 있다. 몇 년 전 케이는 분자 화합물을 이용해 유기체의 일주기성 리듬 속도를 분리·조작할 수 있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그때 베르소트가 좀 더 상세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창업을 하기 위해 케이의 연구실에 자금을 제공했다. 그 후 그는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Bay Area에 리셋 테라퓨틱스 ReTherapeutics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풀파워와 피트비트와 마찬가지로 리셋은 수면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가고자 하고 있다. 여러 기업들이 손목 밴드에 사활을 거는 동안, 리셋은 다른 종류의 장비를 사용해 신체를 더 깊이 이해하려 하고 있다. 회사는 케이의 연구에 최근 발전한 유전학과 고속대량스크리닝(high-throughput creening,HTS) 기술 *역주: 다수의 물질에 대한 분석을 동시에 고속으로 수행하는 고효율의 물질 탐색 방법을 결합하고, 유전자 분석 업체인 23andMe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사람들의 일주기성 리듬을 조작할 수 있는 약물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지구 생명체들의 대부분은 체내 시계를 갖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세포 단위에서 각각의 체내 시계가 함께 조화롭게 작동한다. 또, 신체로 하여금 언제 휴식을 취하고 생산활동을 할지 알려준다. 인간만 여기에 해당하는 건 아니다. 세계 최대 농업 종자기업 몬산토 Monsanto는 최근 식물의 체내 시계와 관련된 유전자 중 한 가지를 약간 변형해 대두 수확량을 5% 증가시킨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케이는 “몬산토가 그 이유를 밝히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하고 있다. 주요 농업 및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부분이다. 평생을 땅에서 보내는 식물들은 모든 것이 일주기 리듬과 관련이 있다. 생물량, 수확량, 극한기온에 대한 반응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체내 시계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실험실은 지금 몬산토와 협력하고 있다.
인간의 체내 시계 역시 매우 강력하다. 그러나 체내 시계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광합성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일상의 70% 정도가 체내 시계 혹은 과학 용어인 일주기성 인자와 관련이 없다. 일주기성 인자는 개개인을 아침형 혹은 저녁형 인간으로 결정짓거나, 특정시간에 허기를 느끼게까지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생활습관이나 업무 때문에 일주기성 인자를 따르지 못한다.
일주기성 인자를 따르지 않으면, 졸림, 소화 문제, 체중 증가, 노화 촉진 같은 문제를 겪게 된다. 비만 및 제2형 당뇨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케이는 생활 습관과 유방암 발병 증가를 연관 짓는 연구를 인용했다. 그는 “우리는 어둠과 빛이 있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이와 전혀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내부적으로 적응해왔다는 것이다. 수면·각성주기나 식품 섭취 주기, 신진대사가 모두 이 일주기성 인자에 따라 작동한다. 이 일주기성 인자를 벗어나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신체에서도 잘못됐다는 온갖 신호를 보내게 된다. 수면 효율성이 붕괴 되고, 렙틴 분비가 감소하며, 인슐린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리셋은 약물을 사용해 우리의 체내 시계를 바꾸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약물은 생활습관을 바꾸고 싶거나 바꿔야 하는, 혹은 체내 시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일주기성 인자를 바꾸는데 도움을 준다. 현재의 개발 단계는 희귀 병인 기면증(주간에 참을 수 없이 졸리고, 갑작스러운 무기력증이 동반되는 신경장애)과 쿠싱병(고혈당, 비만, 하수체종양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신경 내분비 장애) 치료에 국한돼 있다.
희귀병 연구를 통해 회사는 이른 시일 내에 환자들을 돕고, 약품의 규제 승인 기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베르소트는 “쿠싱병 치료제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24시간 주기를 형성하는 요인이 단백질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린 주기를 24시간 궤도로 되돌려 놓고 있다. 초기 동물 실험 결과, 혈당과 인슐린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리셋은 내년에 쿠싱병 치료제에 대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그 후에 기면증 치료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베르소트는 이 약물이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체내시계 재설정 능력을 신장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셋은 이 약물을 교대 근무자나 생활습관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수면 보조제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한편으로 회사는 23andMe와 협력을 통해 일주기성 인자와 다양한 유전적 발현 사이의 연관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신경과학 박사이자23andMe의 사업개발 책임자인 에밀리 드라반트 콘리 Emily Drabant Conley는 고객들이 자신들의 유전자형을 연구에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유전자형과 수면 관련 연구 데이터 간의 연관관계를 찾고자 이들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예컨대 사람들의 특정 유전자 발현에 따라 다음 질문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답을 찾고 있다. 평균 수명 시간은? 코를 고는가? 수면제를 복용 중인가?
그녀는 “다섯 종류뿐인 눈동자 색깔과 달리, 수면문제는 매우 흥미롭다. 고려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아침형 인간을 결정짓는 유전학의 첫 번째 관문만을 통과했을 뿐이다. 우리는 유전학이 6시간의 수면이 적절한지, 8시간이 적절한지를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거기에는 규범적인 요소들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휴식을 취할 구실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항상 반복되는 뻔한 얘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데이터 과학 분야에선 보통 일의 진행이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먼저 묘사적 분석(descriptive analytics)을 한 후, 예측 분석(predictive analytics)을 하고, 마지막으로 규범분석(prescriptive analytics)을 한다. 다시 말해, 체계를 묘사적으로 분석한 후, 이 분석에 기반을 두고 결과를 예측한 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행동을 제안하는 것이다.
비전문가에겐 마지막 규범분석이 가장 어려운 단계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단계는 우리가 위치한 곳이 어디쯤인지 아는 것이다. 행동을 측정하고 분석해 미리 예측하고, 어떤 제안을 해야 할지 인지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면을 이해하는 부분에선 과학적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데이터 수집량은 포춘이 이 주제에 대해 처음 고려했던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을 정도로 방대해졌다. 제약 대기업과 바이오 기술 기업들이 DNA와 야간 활동간의 관련성을 찾기 위해 유전자 연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주기성 리듬을 바꿀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려 하고있다.
웨어러블 기기 기업들도 폭넓은 분야를 다루고 있다. 피트비트는 최근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수면을 측정해주는 장비를 도입했다. 일부 장비는 심박수도 체크한다. 윤과 아널드는 이 장비를 활용해 단순히 움직임을 멈춘 상태와 편안한 수면상태의 미세한 차이를 구분해낼 수 있게 됐다. 풀파워는 최근 시몬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시몬스의 새로운 슬립트래커 스마트베드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수면 측정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 스마트베드는 비외과적 수면 관찰 (noninvasive sleep-monitoring) 기술로, 2016년 출시될 예정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저렴한 웨어러블 기기를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구글 스칼러 Google Scholar만 검색해도, 웨어러블기기 활용 실험과 수면 미스터리를 다룬 수십 편의 논문들을 찾을 수 있다. 언젠가는 이 논문들이 개인 맞춤식 분석과 공식으로 연결되어 사람들이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데 일조하는 날을 기대할 수 있다.
필자가 풀파워의 수면 실험실에서 보낸 밤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검사 며칠 뒤, 필자는 PSG 보고서를 받았다. 이 보고서는 필자의 수면에 대한 비밀을 밝혀주고 있었다. 여러 가지 결과들이 있었다. 좋은 소식은 수면 효율성 점수가 93.5%라는 점이었다. 칸은 “자랑스러워 할만한 점수”라고 설명했다.
이 점수는 필자가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 동안 대부분 잠을 자고 있었으며, 빠르게 잠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심지어 여러 전선을 몸에 부착한 검사에서도 필자는 2분 30초 만에 잠이 들었다. 나쁜 소식은 코를 곤다는 것이었다. 사실 필자는 경증과 중간 정도 사이의 수면 무호흡증 진단을 받은 바 있다. 국가적으로 1,650억 달러를 지출하는 문제에 필자 역시 일조한 셈이다. 필자는 내원해 볼 것을 권고 받았다.
그러나 이는 필자가 찾던 처방이 아니었다. 필자는 의사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 사용하지도 않을 기계에 돈을 쓰라고 말할까봐 걱정도 된다. 그래서 당장은 필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습관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운동하기, 규칙적인 생활습관 유지하기, 음식 섭취시간 제한하기, 패스트푸드와 술 자제하기 등이다. 머지않아 좀 더 필자에게 맞는 맞춤 식이 요법이 제공되기를 바란다.
그때까지 필자는 산타 크루스에서 보낸 기묘한 밤의 기억- 머리사 메이어와 테니스를 하며 웃었던 꿈 - 과 그때 얻었던 지식들을 항상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꾼 17개나 되는 꿈들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잠을 자고, 적어도 수면을 취하려 시도했던 그 날을 ‘진전’이라는 의미로 기억할 것이다.
제프리 오브라이언 Jaffrey O’Brien은 포춘 전 편집장이자 스토리티케이 StoryTK의 공동 창립자다. 스토리티케이는 베이에어리어에 위치한 스토리텔링 마케팅 스튜디오다. feedback letters@fortune.com
휴식의 규칙을 다시 생각하라숙면을 위한 일반적인 조언들이 있다. 규칙적으로 잠자리에 들것, 침대에서 일을 하거나 이메일을 읽지 말 것, 운동할 것, 좋은 식습관을 가질 것,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술을 마시지 말 것 등등이다. 그러나 칸을 포함한 연구진이 이 오래된 통념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수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바로 숙면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주장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1. 반드시 8시간 연속 수면을 취할 필요는 없다8시간 동안 숙면을 취하는 건 매우 유익하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통틀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4시간 수면 후 1~2시간 활동을 하고, 다시 4시간 수면을 취하곤 했다.
2. 자주 깨는 게 문제는 아니다사람들은 보통 하룻밤 사이에 평균 9.3회 정도 잠에서 깬다. 때문에 자주 잠에서 깬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칸은 다시 빠르게 잠드는 능력이 건강한 수면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3. 수면 주기가 중요하다칸은 잠깐 눈을 붙였을 때, 오히려 개운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수면 주기 중 적절한 시기에 일어났다면 가능한 일이다(그는 바로 이 적절한 시기를 알려주는 수면 주기 인식 알람시계를 개발하고 있다).
4. 자신의 일주기성 인자를 파악하라아침형 인간인가, 저녁형 인간인가? 가장 안정적인 상태일 때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