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홈플러스 품에 안은 MBK파트너스 '축배' 들까 '쓴잔' 마실까


홈플러스가 국내 토종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을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수년간 매각설에 시달리면서 기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좌충우돌 끝에 새 주인을 찾았지만, 시장 일각에선 이번 MBK파트너스의 인수도 홈플러스에 그리 좋은 배경은 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이번 홈플러스 인수가 MBK파트너스의 실패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대주주인 영국의 테스코 TESCO 아래에서 수년째 방황하던 홈플러스가 마침내 새 주인을 찾았다. 새 주인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이다. MBK파트너스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캐나다공무원연금, 테마섹(Temasek·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최종 입찰을 진행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컨소시엄, 칼라일그룹 등을 제치고 지난 9월 7일 테스코와 홈플러스 최종 인수계약을 맺었다.

그간 홈플러스는 수년째 이어져 온 매각설로 기업의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새로운 주인을 맞았음에도 시장이 예상하는 홈플러스의 미래 전망은 여전히 ‘글쎄’이다. 새로운 주인 MBK파트너스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사모펀드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내부에서도 속앓이가 심각하다. 사모펀드들이 이야기하는 ‘기업가치제고를 위한 경영 효율화’는 결국 쥐어짜기식 운영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로 넘어간 이상 인력 구조조정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대형마트 업계에선 홈플러스가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끌어 올릴 목적으로 무리한 저가 공세를 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12년부터 매각 조짐 보여
시장에서 홈플러스 매각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건 3년 전인 2012년부터였다. 투자를 미루고 자산을 유동화하는 등 사전 징후가 나타났다. 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홈플러스 매각설( 說)은 시장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추측성 소문일 뿐이었다.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보유한 영국 테스코 본사가 글로벌 시장 전략에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홈플러스도 이에 영향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주류를 이뤘다.

이 무렵 홈플러스 안팎에선 회사가 점점 망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었다. 홈플러스는 2009년에 이미 온라인 쇼핑 인프라를 구축하고 드라이브를 걸어 해당분야에서 국내 유통업계를 선도하고 있었지만, 투자 계획이 지연되면서 2012년부터는 경쟁사인 이마트에 트래픽이 따라잡히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위기 신호가 감지되자 홈플러스 내부에서도 여러 대처 방안이 나왔다. 하지만 웬일인지 매번 실행에서 가로막히고 말았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홈플러스에서도 뭘 해보려고 여러 가지 전략을 짰지만, 번번이 테스코 아시아 법인에서 투자 집행 계획을 반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상 홈플러스의 경영전략 부서는 식물 부서나 다름없었죠.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계속 트러블이 있고 나서 2013년 홈플러스 전략 부서가 새로 세팅됐는데, (이런 사정이 외부에 알려지니까) 당시 업계에선 지원자를 찾기 어려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많이 수혈해 갔습니다.”

전 홈플러스 관계자는 덧붙인다. “회사는 분명 수익을 내고 있는데 대규모 전략 투자는 계속 연기되더라고요. 그런데도 매장은 또 늘리고요. 장기 투자는 미루고 당장의 시장점유율만 끌어올리겠다는 건데, 그럼 내용은 뻔한 거 아니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2012~2013년)부터 매각 준비를 해왔던 것 같아요. 회사 안에서 ‘ 혹시나’ 하는 인식이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을 겁니다. 시장점유율은 늘었지만, 안으로는 곪아가고 있었다는 게 맞을 겁니다.”

지난해부터 꽤 상세한 내용으로 시장을 떠돌던 홈플러스 매각 이슈는 지난 6월 5일 테스코가 HSBC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처음 그 윤곽이 드러났다. 홈플러스 매각과 관련해 수년째 침묵으로만 일관하던 테스코는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 이후에도 국내에 특별한 언급 없이 모든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특히 테스코는 해당 기간 홈플러스 노조의 매각 절차 사실 확인 요청 공문에도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홈플러스발 충격 있을까?
이제 세간의 관심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홈플러스가 국내 유통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가 ‘ 출혈을 각오한 시장점유율 전쟁’을 벌일 것이라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말한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계약 체결 이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제 밀어붙이겠구나’였습니다. 사모펀드는 결국 재매각을 통한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거잖아요. 어떻게든 단기간에 실적을 만들어내야 하니 기업이든 시장이든 많이 볶이겠죠. 최근 상위권 업체들은 출혈경쟁을 지양하는 분위기였는데, 이번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를 계기로 홈플러스가 또다시 최저가 경쟁의 방아쇠를 당기지 않겠느냐 하는 추측성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과 업계에선 홈플러스가 출혈을 감수한 최저가 가격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 시장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주류를 이룬다. 이마트 관계자는 말한다. “예전에야 소비자들이 10원, 20원 더 싼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요즘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소비자들의 성향이 변했어요. 홈플러스는 올해 초에도 도성환 사장주도로 신선식품 가격을 대폭 인하(홈플러스는 올해 3월부터 500여 가지 신선식품을 10~30% 상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특별한 영향을 받지 않았어요. 홈플러스에서도 기대한 만큼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고요. 요즘은 ‘얼마나 싸게’가 아니라 판매 상품의 ‘가치와 품질’이 중요시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너무 비싼 인수 가격
이번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MBK파트너스는 총 거래대금으로 7조 2,000억 원을 써내 화제를 모았다. 단일 기업 인수 건으론 국내 최대 규모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에 향후 2년 동안 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여러 부대비용까지 고려하면,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손해 보지 않고 재매각하려면 9조 원 이상의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홈플러스 재매각이 국내 최대 기업 인수 거래 대금 기록을 갈아치울 확률이 높은 셈이다.

세간에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쓴 7조 2,000억 원 금액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성장성이 크지 않은 업종의 2등 기업인데다가 1위 사업자인 이마트와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최근 들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40개 매장과 부동산 자산의 높은 장부가치를 고려해도 ‘합리적인 가격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성장을 위해 2년 동안 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발표에도 의문부호를 붙이는 이들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대형마트 업계에서 2년간 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건 그냥 평범하게 운영하겠다는 걸 의미합니다. 업계에선 보통 점포 한 개를 출점할 때 700억 원에서 1,000억 원 정도가 든다고 봐요. 상위 기업의 경우 한 업체가 연평균 4~5개 정도의 점포를 출점하는데,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2년 동안 점포 출점에만 5,600억 원 정도를 쓰는 셈입니다. 매년 점포 유지보수 비용으로도 2,000억 원 정도를 쓰니, 1조 원은 그냥 2년치 출점 비용이랑 운영비용을 합친 정도밖에 안 되는 거죠.”



재매각 쉽지 않을 수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가 과연 옳은선택이 었느냐는 근원적인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대형 할인점 업황이 나쁜 데다가 시장환경도 예전과 같지 않아 성장은 고사하고 본전치기 운영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홈플러스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장점유율 2위를 유지하긴 했지만,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형마트라는 업태 자체가 역신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는 양적인 성장에 그친 측면이 있거든요. 최저가 가격 정책도 먹혀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성장시키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홈플러스는 이미 거의 최저가에 가까운 가격정책을 쓰고 있지만 큰 재미는 못 보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홈플러스는 최근 매장 안에 소비재 브랜드 입점 구역을 넓혀 임대료 수입을 늘리는 등 고정비용 지출을 줄이거나 상쇄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이미 진행한 상태이다. 인력 구조조정만 안 했지 이미 상당 부분 쥐어짠 상태라는 얘기다. MBK파트너스로선 여러모로 까다로운 상황인 셈이다.

시장에서는 좀 더 노골적인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MBK파트너스가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기업의 가치를 올려놔야 하는데, 현재 시장 환경에서 홈플러스를 엄청나게 질적 성장시킨다거나 영업이익률을 훌쩍 뛰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것인데, 그러려면 이익이 안 남더라도 무조건 싸게, 많이 파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형마트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MBK파트너스이다보니 가뜩이나 최저가 약발이 안 먹히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무리한 전략이 나올 수도 있죠. 겉으로 보이는 숫자는 단기간에 반짝 좋아질 수 있을지 몰라도 속 내용을 까보면 그렇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MBK파트너스는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항변한다. MBK파트너스 측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전 실사 과정에서 확인한 바로는, 홈플러스는 생산성이 굉장히 높을 뿐만 아니라 세부 내용도 상당히 좋은 기업이었습니다.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등 몇몇 조치가 더 뒤따라준다면 홈플러스가 현재의 위치에서 좀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죠.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여러 사례를 통해 역량을 증명해왔습니다. 시장이 우려하는 바는 알고 있지만, MBK파트너스는 이를 헤쳐나갈 충분한 능력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요. 이를 고려하면 시장의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1999년 설립된 국내 2위 대형마트 업체다. 2015년 현재 1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008년 홈에버(이전 까르푸)를 흡수하면서 규모를 키웠다. 설립 초기 삼성물산과 테스코가 50대 50의 지분을 갖고 합작 투자 형태로 운영하다가 2011년 삼성물산이 지분 전량을 테스코에 매각하면서 이후부턴 테스코가 단독 운영해왔다. 총 14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8개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MBK파트너스는…
2005년 설립된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다. 자산 규모가 82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 지역에서 바이아웃(인수 기업의 경영정상화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다시 되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M&A 방식) 투자에 집중하고있다. MBK파트너스는 지금까지 총 22개 기업에 투자했다. 투자기업의 총 매출액은 287억 달러이다. MBK파트너스는 서울, 도쿄, 상하이, 홍콩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주요 출자자들은 글로벌 공공 펀드 및 기업 연금 펀드, 금융기관, 국부펀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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