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의 한계를 넓힌 것은 라이트 형제만이 아니다. 지난 1986년 딕 루탄은 지나 예거와 함께 최초의 논스톱 세계일주 비행에 성공하며 인류 항공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천재 항공기 설계자이자 그의 동생인 버트 루탄이 설계한 보이저호를 타고 9일간 지구를 한 바퀴 돈 것이다. 지금도 그의 열정은 현재진행형이다. 항공업계의 최일선에서 고효율 엔진 개발 등 항공기의 능력을 일취월장시키고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버트와 나는 출생증명서 대신 비행 계획서를 제출한 사람이라 할 수 있어요. 우리는 보이저호로 무착륙 세계일주 비행에 성공함으로써 항공기의 소재로서 탄소섬유의 가능성을 입증해보였죠.
이제 인류는 우주를 비행하는 시대의 초입에 있습니다. 버트가 설계한 ‘스페이스십 원’이 그 실례예요. 후속 기종인 버진 갤럭틱의 ‘스페이스십 투’가 민간 우주여행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버진 갤럭틱의 리처드 브랜슨이나 스페이스X의 엘론 머스크 같은 혁신가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우주로 보낼 방법을 찾고 있죠. 미 항공우주국(NASA)보다 효율적이고 신뢰성 높은 방식으로요. 물론 위험도 따릅니다. 해결해야할 난제들도 아직 남아 있어요. 1920년대에 최초의 항공기를 개발했던 사람들 처럼요. 하지만 어머니는 항상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실패는 죄가 아니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죄라고요. 현재 저는 EPS라는 회사와 함께 기존 항공기의 연료 유연성과 연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저희의 액체 냉각 사이클 압축엔진은 어떤 연료로도 작동돼요. 제트연료나 경유는 물론 베이컨 기름도 가능합니다. 연비 역시 기존 엔진 대비 35%나 뛰어나고, 놀랄 만큼 조용하기까지 합니다.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항공기의 혁명을 불러올 겁니다. 사실 소음은 상업 항공기의 앞길을 막는 요인의 하나였습니다. 이미 우리는 대형 항공기를 초음속 비행시킬 기술을 지니고 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음속 돌파 시 발생하는 엄청난 굉음, 즉 소닉붐 때문이죠.
하지만 공기가 없는 우주라면 소닉붐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탄소섬유로 만든 진공 튜브터널 속을 이동하는 교통시스템, 일명 ‘하이퍼루프’도 구상 중입니다. 진공 터널에서는 음속의 10배로 가속이 가능하고, 소닉붐도 없기 때문에 미국 LA에서 일본 도쿄까지 30분이면 주파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지금 당장 구현할 수도 있고요.”
77억명
국제민간항공운송협회(IATA)가 추산한 2034년 항공기 이용객. 2014년에는 33억명이었다.
EPS Engineered Propulsion Syste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