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구조조정 성공적 완수 주력사업 앞세워 재도약 '페달'
여장부와 어머니, 언뜻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다. 강함과 부드러움의 조화는 결코 쉽지 않다. 특히 그것이 일반인이 아닌 대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라면 더욱 그러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국내 대표 여성 경영인으로 꼽히는 이유는 바로 여장부와 어머니의 이미지를 융합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공략과 대북 사업, 쌍끌이 전략으로 현대그룹의 재도약을 진두지휘하는 현 회장의 모습은 흡사 그녀의 별명인 ‘현다르크’를 연상하게 한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내실을 다지겠다.”지난 2013년 현정은 회장은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3조3,000억 원 규모의 현대그룹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현대그룹의 알짜배기 계열사로 꼽혔던 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그 결과 현대그룹은 애초 계획보다 8% 초과 달성한 3조5,60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그룹의 덩치는 작아졌다. 하지만 내실은 더욱 단단해졌다는 것이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주력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은 나란히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부채비율도 낮아지면서 경영 안정화 시점에 돌입했음을 스스로 입증해 냈다.
우선 현대그룹 주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2015년 1분기 부채비율은 659%로 2013년 말 1,397%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도 연이어 신기록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3,056억 원, 영업이익 1,337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6,534억 원, 영업이익 68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1%, 31.7% 성장했다. 현대그룹 측은 “최근 자구안을 성공리에 마무리지으며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하고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해 그룹 재도약을 위한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과는 현정은 회장이 미국 포춘이 선정한 2015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아시아·태평양 지역 25인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국내 대표 여성 경영자로서 과감한 결단과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통해 현대그룹의 재도약 발판을 마련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올해 현대그룹의 당면과제는 해외시장 공략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해 수익성 증대와 불황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현대그룹은 지난 9월 한국수출입은행과 전략적 금융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국제물류, 수출입·해외투자사업 및 남북경제협력사업 등 현대그룹의 핵심 전략사업에 대해 사업 추진 초기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주력 계열사들은 신규 컨테이너 노선 개설 및 터미널 개장, 해외법인 강화 등을 통해 신흥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현대상선은 글로벌 영업망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9월 유럽 최대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 RWG(Rotterdam World Gateway)를 확보했다. 유럽 최대 허브항에 최첨단 터미널을 확보하게 된 현대상선은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 유럽, 대서양을 연결하는 영업망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높여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 6월에는 기존 해운 동맹인 ‘G6’의 아시아?유럽 노선에 폴란드 그단스크를 기항지로 추가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대만의 양밍사(社) 등과 함께 극동과 남미 서안을 연결하는 컨테이너 서비스를 신규 개설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글로벌 영토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타깃은 중국, 브라질이다. 지난 7월 중국 자회사 상하이현대전제제조유한공사에 345억5,700만 원을 출자해 글로벌 1위 승강기 시장인 중국 공략을 위한 투자 확대를 선언했다. 또 상하이법인과 지난해 4월 완공한 브라질 공장, 60여 개국에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본사에 승강기 전문 ‘기술교육원’을 국내 최초로 설립, 연간 3,500여 명의 승강기 전문 기술 인력을 배출하며 내실 강화에도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현대그룹의 또 다른 역점 사업인 ‘대북 사업’은 현대아산이 주도적으로 담당한다. 우선 올해 중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특히 지뢰폭발 등 군사적 대립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대북 사업 재개 가능성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이밖에 개성공단 2호 면세점 개장 등 면세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남북경제협력 사업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금까지 보여준 현정은 회장의 전략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현 회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성과만으로도 향후 현대그룹의 앞날을 밝게 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국내 대표 여성 기업인으로서 현정은 회장이 앞으로 보여줄 리더십과 성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정은 회장은…1955년 서울 출생
1972년~1979년: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 학사·석사
1983년~1998년: 걸스카웃 연맹 국제분과위원, 중앙육성위원
1998년~2007년: 걸스카웃연맹 중앙본부 이사
2005년~2007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
2003년~: 현대그룹 회장
수상 경력2010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김활란 여성 지도자상
2013년 브라질 정부 리오 브랑코 훈장
2013년 이화여자대학교 자랑스러운 이화인상
2014년 포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아시아·태평양 지역 14위
2015년 포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아시아·태평양 지역 16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