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사, 원칙으로 돌아가라

노사정 공익위원들이 마련한 중재안은 안 자체의 잘잘못을 떠나서 너무 성급했다. 우선 노사 양측을 노사정위원회로 끌어들여 두 당사자가 테이블위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점을 찾도록 노력했어야 했다. 그런데 앞뒤가 뒤바뀌면서 가장 마지막에 나와야 할 중재안이 맨먼저 나오는 바람에 모양새가 이상하게 돼버린 것이다. 그나마 공익위원들이 6시간여의 토론끝에 내놓은 중재안마저 거부를 당했으니 앞으로 내놓을 카드도 없어진 셈이다.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스스로 이를 무력화 시킨 것이나 다름없다.지난 97년 3월 여야 합의로 통과된 노동관계법은 「무노동 무임금」을 명문화하고 대신 경과규정을 두어 이를 2002년부터 시행토록 했다. 노동계는 아직도 실시 시기가 2년이나 남아있는 이 법 조항을 회기가 얼마남지 않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반대하는 재계의 입장도 예사롭지 않다. 본란(本欄)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관련, 원칙대로 할 것을 강조한바 있다. 법을 시행해 보지도 않고 뜯어 고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원칙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원칙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계속 무너지게 되고, 이 무너진 원칙을 원칙으로 삼는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노조전임자 임금은 조합원이 분담해서 메워 주는 것이 순리다. 선진각국의 노조는 사용자측의 지원없이 조합비로 운영해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노조가 허약한 중소기업은 사용자측의 지원이 없을 경우 노조가 쇠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노동계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처벌조항을 삭제하자는 것도 여느면 이해가 간다. 그런데 굳이 할일이 산적한 연말에 힘겨루기로 나서서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것은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다. 법 실시까지에는 아직도 시간이 있다. 해를 넘긴후 내년에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늦지 않다. 회복돼 가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극단적인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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