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법대출·커미션·상납고질화“신음”(금융계비리 처방전은 없나:하)

◎권력유착 단절 않는 한 제도개선 효과 미지수대출커미션은 은행의 대표적인 고질이다. 문민정부들어 불명예퇴진한 은행장 16명 중 8명이 대출과 관련된 커미션수수 혐의로 옷을 벗었다. 대출비리는 두가지 요소로 성립된다. 무자격업체에 대한 대출(또는 한도 초과)과 대출커미션수수 중 한 가지에만 걸려도 대출비리가 된다. 보통은 두가지가 한꺼번에 일어난다. 특히 은행장이 결정하는 대출이 비리와 연관될 때 그렇다. 결국 비리은행장들의 예지만 은행 최고위층에서 부적격 업체에 위규대출을 해주고 얻는 대가인 커미션은 대략 대출액이 1백억원 이상일 경우 그 액수의 1∼3%, 즉 1억∼3억원선이라는 게 검찰 등 은행대출비리를 수사한 수사기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돈이 아쉬운 업체의 입장에서는 더 줄 수도 있지만 뒤탈을 우려해 받는 쪽에서 그 이상을 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커미션 수수는 행장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들어서는 근절되다시피 했지만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지점장이 비자금을 마련, 상납하는 게 능력의 상징이었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상납의 폐단이 남아 있다. 과거 A급 점포의 지점장이 평소 인사치레로 행장급에게 바치는 봉투는 약 3백만원선. 직계라인 지점장들의 봉투로만 순식간에 수천만원이 된다는 게 은행을 떠난 전직 간부의 술회다. 지점의 「봉투」 조성방법은 영락없이 커미션이다. 커미션수수에도 법칙이 있다. 탈이 없을 만한 거래선이어야 하고 배분법칙도 지켜야 한다. 커미션 중 3분의 1은 아래로, 3분의 1은 위로 돌리고 나머지를 먹어야 행내에서 말이 새지 않는다는 것이다. 떳떳지 못한 돈이 오가면서 파벌도 형성된다. 대부분의 은행원들은 비리와 무관한 반면 한번 발을 잘못 들여놓은 은행원들은 투서와 커미션 등 복합적인 비리를 저지르는 게 보통이다. 비리와 연루된 은행장 중에는 취임하자마자 자녀들의 신용카드 한도를 없애고 대금을 비서실에서 결제토록 한 경우도 있었다. 관치금융과 대출비리, 커미션 수수, 투서로 얼룩진 금융비리를 척결할 길은 어디에 있을까. 제도 개선을 통해 은행을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는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장선출 과정의 선명성을 담보하고 은행장 1인에게 집중된 권한의 분산을 유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접근방법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사고가 날 때마다 구호처럼 되풀이되어온 검사 강화가 앞으로 제대로 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특히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은행법 개정을 통한 은행 책임경영체제 구축안도 은행비리에 대한 원인치료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비상근이사진에 의한 또다른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때문에 금융계 안팎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사회전체, 다시말해 비리가 숨쉬고 있는 정치권과 권력세계가 투명해질 때 금융비리는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다.<권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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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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