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생보가입 피보험자 동의」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상법 제7백31조 제1항의 규정은 강행법규로서 위 규정에 위반하여 체결된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할 것이다. 위 규정의 입법취지에는 도박보험의 위험성과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외에도 피해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타인의 사망을 이른바 사행계약상의 조건으로 삼는데서 오는 공서양속 침해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한 것도 들어있다고 해석된다. 상법 제7백31조 제1항을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자 스스로가 무효를 주장함이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는 권리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위와 같은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주장이 신의성실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본인 동의없는 보험가입은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결요지이다. 이같은 판결문이 보도되자 보험사에는 피보험자의 동의여부와 관련된 문의가 쇄도했고 급기야 사회문제화 되기에 이르렀다.보험감독원은 뒤늦게 서면동의 의무화를 각보험사에 지시했고 생명보험협회도 앞으로 생보가입시 본인 동의를 의무화하기로 하는 한편 기존 대다수 선의의 가입자에게는 피해가 없다고 고지했다. 그러나 가입자들은 아직도 불안하다. 보험계약은 계약자와 피보험자, 수익자로 구분된다. 계약자는 보험료를 내는 사람, 피보험자는 해당 보험계약의 대상이 되는 사람, 즉 생명보험의 경우 질병 또는 사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 수익자는 해당 사고발생으로 보험회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많은 보험계약자들이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 계약자와 피보험자를 구분하지도 못하고 피보험자와 수익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즉 보험계약을 하며 계약자의 서명동의가 있었는 지, 피보험자로 누구를 지정하고 해당자의 서명동의를 얻었는 지 계약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별 관심이 없었다. 이는 보험계약이 보험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는 보험모집인의 주도로 이뤄진다는 기존 관행에도 큰 원인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행에 비춰 이같은 대법원 판례는 언제든 되풀이 될수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한 생명보험측과 학계전문가의 시각을 정리해 본다.<편집자주> ◎이균성 한국보험학회 회장/고의 불량가입자 차단위해 당연/보험악용 방지로 선량한 고객 보호해야/계약처리 소홀한 보험회사도 응분 책임 이번의 대법원 판결은 보통사람의 상식으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귀중한 목숨을 대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법률상 엄격히 요구되는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은 이상 대법원은 사건을 법대로 처리하여 당해 보험계약을 무효로 판결할 수 밖에 없다. 원래 보험은 사람이 생활을 꾸려가면서 우연히 당할지도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하는 사회경제제도이다. 이 보험제도는 법률적 입장에서 보험을 사업으로 영위하는 보험회사와 보험을 이용하여 경제적인 불안을 덜어보자는 보험가입자 사이에 권리와 의무관계로 파악된다. 이러한 보험회사와 보험가입자간의 권리의무관계를 형성시키는데 필요한 법률적 수단이 바로 보험계약이다. 따라서 보험제도는 이 보험계약을 통해 진전되어 소기의 경제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보험계약은 특히 일반상품을 사고 파는 비교적 단순한 내용의 계약과 달라 사회생활중에 생기는 가입자측의 불확실한 사고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 보험제도가 건전하게 운용되기 위해서는 가입자로부터 거두는 보험료 총액과 사고를 당한 가입자들에게 내주는 보험금 총액간에 수치적인 균형이 확보되도록 하여야 한다. 보험금의 지급원인이 되는 사고등 기타의 사정이 오로지 가입자측에 있다는 것을 기화로 보험을 악용하려드는 자들로부터 선량한 가입자가 불이익을 입게 되거나 나아가 그것으로 인해 보험제도에 파탄을 가져오는 일이 없도록 계약관계가 잘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보험계약관계의 형성이나 내용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사람의 생사를 대상으로 하는 생명보험계약, 그중에서도 특히 사람이 죽으면 보험금을 주는 사망보험계약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계약관념 외에 윤리적, 전통적, 사회적인 배려까지 겹쳐 있어서 계약관계의 이해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법은 이러한 여러가지 사정과 사회적 요청을 다각도로 참작하여 계약관계를 합리적으로 규율함으로써 보험가입자를 보호하는 한편 보험제도가 건전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법률은 비록 그것이 이해관계자 모두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 시대의 보험관계 구성원인 보험가입자와 보험회사 양측에 공히 나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그런만큼 그것이 바뀌어질 때까지는 존중하여야 한다. 그리고 법원은 법을 만드는 입법자가 아니므로 현행 법에 충실하여 그 의미하는 바 내용이 무엇인지 밝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그대로 적용할 수 밖에 없다. 비록 악법이라도 법원으로서는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상법상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가 비록 가족일지라도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이 죽으면 보험금을 받기로 하는 소위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은 그 다른 사람이 피보험자로서 서면으로 동의하여야만 한다. 이 서면동의 없이 체결된 보험계약이 무효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대법원으로서는 달리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일이다. 타인의 생명에 대한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되기 위해서는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있어야 마땅하다. 이 취지의 상법규정은 입법자들의 충분한 논의 끝에 그것이 합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마련된 것이고 또 문명제국의 법률에 그 예가 많이 있는 일이므로 그것을 상법에서 삭제하거나 달리 수정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당초 보험가입자가 법규의 취지만 충분히 인식하였으면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쉽게 받을 수 있었을 것인데도 보험회사가 이러한 법률상 중대한 문제를 어줍잖게 생각하고 적당하게 계약관계를 처리하였거나 모집인이나 그밖의 보조자에게 제대로 챙기도록 평소에 다그치지 못하여 이런 사태가 생겼다면 사회적, 도의적 비난과 함께 응분의 책임을 감수하여야 마땅하다. 피보험자 서면동의의 중요성에 대한 보험회사의 소홀한 계약처리는 응분의 도의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조태무 생명보험협회 전무/대다수 선의계약자 피해없을것/악의적 계약 제외하곤 보험금 정상지급/대리서명 등 잘못된 관행시정 분쟁봉쇄 최근 대법원은 피보험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명보험계약에 대해 무효라고 판결하였고 일반 소비자들은 자신의 계약이 이번 판결과 관련하여 어떤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이번 판결과 관련된 사건은 계약자인 처가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여 암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피보험자인 남편이 암진단을 받자 보험금지급을 회사에 청구하였으나 보험회사는 계약조사 결과 피보험자가 계약체결 이전부터 암으로의 전이위험성이 큰 위염치료를 받아온 사실을 고의로 숨겼음을 들어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을 해지한 사건이다. 그러나 계약자인 처는 계약체결시 계약자 대신 보험모집인이 대리로 청약서를 작성하고 서명날인 했음을 들어 고지의무 위반이 아니므로 약관에 따라 보험회사가 이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따라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본 계약이 명백한 고지의무 위반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보험모집인이 대리로 청약서를 작성, 서명날인하였기 때문에 보험회사가 이 계약을 해지할 수 없음을 알고 피보험자의 실질적인 서면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상법 제7백31조 제1항에 의거 계약무효임을 판결하였던 바 이는 질병사실을 고의로 알리지 않는 불량한 계약을 보호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보험원리에 충실한 판결이라 할 것이다. 일반소비자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 및 의미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단순히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없는 보험계약은 무효」라는 언론보도만을 접하고 자신의 계약이 무효인지 여부에 대해 의문점과 우려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보험 계약중 대부분은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인인 계약이며 따라서 대부분의 계약자는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다. 한편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계약의 경우라 하더라도 형식상으로 피보험자를 대리하여 계약자 또는 보험설계사가 서면동의(만약 서면동의가 형식상으로 없다면 이는 무효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집에 있는 계약자인 처가 피보험자인 남편 모르게 계약을 체결하거나 피보험자가 지방근무 또는 해외출장 등으로 형식상 서면동의는 있으나 실질적인 동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일부 있어온 것이 사실이다. 보험회사 역시 이같은 관행에 따라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보험자가 실제로 동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다만 질병사실을 숨기거나 기타 가입시 회사에 알려야 할 사항(고지의무사항)을 알리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뿐이었다. 사실 앞서 대법원 판결 사건의 경우를 보더라도 보험회사는 계약체결 당시 이 계약이 실제로 피보험자의 실질적인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를 알 수는 없었고 소송과정에서 계약자의 주장으로 보험회사가 알게 되었다. 대다수 생명보험 계약의 경우도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계약체결 당시 서류심사에 의하기 때문에 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주장없이는 실질적인 동의여부의 확인이 어렵고 고지의무 위반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나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금번 상황을 종합해 보건대 최근의 대법원 판결은 보험계약시 불량위험의 유입으로부터 선의의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판결임이 명확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소비자의 우려를 초래한 책임이 생보업계에도 있으므로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은 앞으로 철저히 개선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계약의 경우 보험가입시 반드시 피보험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또한 청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계약자 본인이 자필로 기재하고 서명토록 하는등 보험계약의 모든 절차를 법규정에 따라 충실하게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계약자의 불안이나 분쟁의 소지가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 □약력 ▲육군사관학교 졸업(19기) ▲재정경제원 비상계획관(2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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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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