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은질리 공항에 내려서 킨샤사 시내까지 연결되는 길이 23㎞의 도로를 지나야 하는데요. 양방향 6차선의 이 도로는 폭이 약 100m에 달하는, 아프리카에서는 보기 드물게 넓은 도로입니다.
필자도 지난 2012년 8월 킨샤사로 가는 이 도로를 지났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 도로가 양방향 2차선인 데다 사람이 많이 붐벼서 혹시 폭동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같은 해 10월 콩고민주공화국은 불어권 국가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이 길을 넓혔습니다. 당시 74개의 불어권 국가 고위 관리와 10여명의 국가 정상이 킨샤사를 찾았고 이에 앞서 정부는 한 달여에 걸쳐 도로를 정비했습니다. 도로를 넓히고 새로 아스팔트를 입히는 이 공사 때문에 공항까지 가는 데 4시간이나 걸리기도 했죠.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후 도로의 상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양방향 6차선으로 도로가 넓어지기는 했는데 아스팔트는 한쪽만 완성된 채였던 겁니다. 반대쪽은 미완성 상태의 황톳길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반대쪽 도로는 여전히 황톳길입니다.
게다가 양쪽 차선의 높낮이가 1m쯤 차이가 납니다. 이 때문에 수시로 역주행하는 습관을 가진 이 곳 운전자들이 원래의 차선과 반대 차선을 번갈아가며 운전할 때에는 차가 몹시 기울어져서 전복될까 조마조마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기에는 상태가 더 심각해집니다.
이렇게 공항 도로의 상황을 설명한 이유는 국가의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도 이곳에서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남한의 23배에 이르는 넓은 국토와 7,2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자원 부국으로서 성장 잠재력이 높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와보니 인구나 자원의 규모보다는 국가의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콩고민주공화국에 와 자원 개발 등 사업을 진행하는 외국 기업들은 한결같이 정부의 ‘불량 시스템’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이 진정한 투자 천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홍성국 KOTRA 킨샤사무역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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