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신주쿠거리 점령한 아이폰… 갤럭시는 매장 구석자리에

■ 르포 反韓감정에 갇힌 일본 속 한국 IT<br>"한국 기술력 뛰어나지만 여전히 일본이 세계최고" 포럼에서도 노골적 폄하<br>애플 점유율 34%로 1위… 삼성은 6.3%로 4위 그쳐

일본 도쿄 주오구 긴자 쇼핑가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아이폰5S·아이폰5C 출시 이후 구매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반면 삼성전자는 긴자 쇼핑가에 갤럭시 시리즈를 전시할 공간조차 없다. /도쿄=이현호기자



스마트폰 美수출 41% 늘 때 되레 37%나 줄어
'한국제품 무덤' 전락한 日 시장


"한국이 최고라는 롱텀에볼루션(LTE) 기술도 일본에서는 이미 한물간 겁니다. 일본은 차세대5G 기술을 차곡차곡 개발해 조만간 전세계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찰리 와타나베 일본 총무성 정보통신부 협력관)


지난달 31일 오전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중심부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에 위치한 모리타워 49층 아카데미힐스. 일본의 정보통신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관계자는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를 인정하지 않았다. 방금 전 존 로슨트 뉴시티파운데이션 회장이 "한국은 LTE 보급률 1위라는 앞선 통신기술과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단말기 업체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한 칭찬을 부정한 것이다.

IT강국 코리아를 무시하는 것은 일본 공무원뿐만이 아니다. 일본 국민도 마찬가지다. 주오구 긴자거리에 위치한 애플스토어의 한 직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성능이 아무리 최고라 해도 일본인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손님들이 제일 먼저 찾는 제품은 애플"이라고 전했다. 그는 "삼성 제품을 찾지 않는 것은 성능이나 디자인적 측면도 있겠지만 반한감정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본시장은 한국 제품의 무덤으로 불린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야심 차게 시장진입을 시도했지만 줄줄이 안착에 실패했다. 갤럭시 스마트폰은 시장점유율 35%를 넘기며 세계 최고의 제품이 됐지만 반한감정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어떤 기술로도 극복하기 힘든 장벽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반한감정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휴대폰 수출실적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139억8,000만달러에서 올해 같은 기간 176억9,000만달러로 2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시장 수출실적은 37억8,000만달러에서 53억6,000만달러로 41.8% 급증했고 중국에서는 27억8,000만달러에서 37억8,000만달러로 36.0%가 늘었다. 하지만 유독 일본시장에서는 18억4,000만달러에서 11억6,000만달러로 37.0%나 감소했다.

문제는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애플이 일본 최대 이통사 NTT도코모와 손잡으면서 삼성전자의 설 자리가 더 좁아졌기 때문이다. 홍콩의 시장조사 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9월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34.0%로 전달인 8월의 14.2%에서 20%포인트 가까이 뛰어올랐다. 애플이 KKDI와 소프트뱅크에만 공급하던 아이폰을 NTT도코모에도 공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2%에서 6.3%로 1%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일본시장만 독특하다. 미국과 유럽은 정반대의 얘기를 한다. 모리타워 아카데미힐스에 모인 미국과 유럽 기업인들은 IT강국 코리아의 기술력을 높이 샀다.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의 매츠 올슨 에릭스 수석 부사장은 "한국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리더로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존 로슨트 회장은 "한국은 통신기술과 단말기제조 기술이 세계 최고"라며 "ICT 발전으로 가장 성공한 국가"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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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본 IT업체 관계자는 노골적으로 한국 IT기업을 무시했다. 쇼지 네모토 소니 수석 부사장은 "한국의 정보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여전히 일본은 세계 최고의 전자산업 왕국"이라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길거리의 일본인들도 한국 스마트폰을 인정하지 않았다. 롯폰기에서 10분 떨어진 신주쿠 거리. 도쿄 도심의 최고 명소답게 젊은이들로 붐볐고 그들의 손에는 애플의 아이폰이 들려 있었다. 한국 제품은 보기 힘들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전자기기가 즐비한 쇼핑몰 '빅크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 매장 입구는 애플과 소니ㆍ샤프ㆍ후지쓰 등 일본 제품이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제품은 구석자리에 놓였다.

근처에 있는 다카시마야백화점도 상황은 매한가지. 글로벌 1등이라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는 구석에 배치돼 잘 보이지 않았다. LG전자와 팬택 등 다른 한국산 스마트폰은 진열대에 놓여 있지조차 않았다. 한 스마트폰 매장직원인 와다 스요시는 "삼성전자가 여러 가지 프로모션과 할인행사를 해도 갤럭시 스마트폰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기술력과 디자인은 물론 가격도 큰 고려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한감정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먹거리 등 모든 품목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한류를 타고 일본인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한국산 먹거리마저 마트에서 사라졌다. KOTRA 도쿄무역관의 한 관계자는 "독도와 역사교과서 등 정치ㆍ외교적 문제로 인한 반한감정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다"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먹거리도 보이지 않는 불매운동으로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영향은 실물경제 지표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우리나라가 10월 반세기 만에 사상 첫 500억달러 수출을 달성했지만 일본 수출은 오히려 줄었다. 2월 이후 9개월째 수출증가율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엔저 요인이 크지만 반한감정도 한몫을 한 셈이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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