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야,아궁이 안에선 불이 잘 타고 있구나. 주변이 어둑어둑해져서 산 신구들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아궁이 안의 불꽃이 더 아름다워 보여. 처음 넣었던 장작은 이제 모두 타서 재가 되었다. 불을 활활 피우던 처음 장작의 열정은 작은 숯이 되었어. 하지만 숯이 지닌 아름다운 불빛의 열정은 불꽃 못지 않은 감동을 자아내는구나. 너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재가 될 때까지 남김없이 자신을 태우고 간 장작의 희생이 새삼 엄마의 가슴에 와 닿는다』5년전 베스트셀러가 된 자서전 「자유를 위한 변명」을 통해 많은 독자들과 교감을 나누었던 무용가 홍신자씨(58)가 오랜만에 다시 책을 펴냈다. 이름하여 「나도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 이 책은 「딸에게 주는 사랑과 자유 그리고 명상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녀는 지금 죽산에 살고 있다. 그전에 그녀는 27세의 늦은 나이로 뉴욕으로 건너가 무용을 배웠고, 인도에서는 3년간 라즈니쉬의 제자로 수행했다. 홍신자는 몸놀림, 즉 무용을 통해 무욕으로 넘어가는 긴 여행길에 오른지 오래됐다. 그런 그녀가 40이 넘어 딸아이 하나를 낳더니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진정 사랑을 안 것은 나이 마흔이 넘어 딸을 낳고부터이다. 그날부터 내 가슴에서 분출하는 뜨거운 기운이 사랑임을 알았다. 인류를 향한, 예술을 향한, 자연을 향한 빛나는 기쁨을 체험케 해준 딸은 나의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고. 그리고 이제 딸에게 자신을 태우는 숯의 미덕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홍신자의 글은 푸념이 아니다. 그녀는 딸에게 자연에의 순응 그러나 운명에의 도전을 강조한다. 메마른 고갯길에서 한줄기 소나기를 맞고, 까칠한 손에 아기의 볼이 잡힐때 처럼 부드러움과 강함이 함께 만나는 무대를 그녀는 딸에게의 편지를 통해 보여준다. 세상을 떠돌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바라보았던 홍신자씨는 여행은 깊은 밤을 잊게 한다고 딸에게 강조한다.
『너는 항상 떠나는 엄마를 보며 자라 그런지 여행이란 것에 대해 반발심이 만만치 않더구나. 여행을 통해 엄마는 무엇인가 얻을수 있다고 여기는 반면에 너는 여행은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앗아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어린시절의 영향 때문인 것 같아서 엄마는 너무 미안하단다』
이 책의 화두는 자유이다. 자신이 누렸던 자유, 자신이 추구했던 자유를 딸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은 어머니 홍신자. 우주를 가슴에 담아보았지만 딸을 낳기 전에는 그것이 허공이었다고 토로하는 홍신자의 「나도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는 이 땅의 모든 딸에게 전하는 자유 그리고 환희의 메시지다. 【이용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