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살리기’의 사회적 의미/이부영 국회의원·민주당(로터리)

최근 기아의 부도유예조치는 우리에게 두가지 충격을 주고 있다. 10대 재벌중에서의 부도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사실이 하나이고, 기아가 그동안 선진형 기업구조를 지향해온 대기업이었다는 사실이 또 하나다.이 두가지 사실 때문인지 얼마전 한보부도 때 기업을 향해 쏟아졌던 비난의 여론은 찾아보기 어려운 듯하다. 그 대신 기아살리기운동을 위한 시민단체가 결성되는 등 기아에 대한 동정여론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정기업의 부도에 대해 경제 차원을 넘어 이같이 사회적 관심이 쏠린 것도 보기 드문 일이라 할 수 있다. 지금 기아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사회적으로 적지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기아는 주식분산을 통한 소유·경영의 분리, 전문경영인체제 등으로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발전적 실험을 해온 기업이었다. 그런 점에서 기아의 좌절은 자칫 그같은 근대적 기업구조 실험의 좌절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물론 사태를 이 지경으로까지 몰고온 경영진의 책임이 면제될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기업측의 철저한 자구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도 처분하고, 주식을 포함한 어떤 기득권도 포기하는 모습을 당연히 보여야 할 것이다. 부도유예조치를 단지 특혜로 여겨 일단 고비를 넘기고는 「오리발」을 내미는 모습을 답습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이 기아의 회생 여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보답하는 길이며 수많은 관련업체들의 희생을 그나마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정부 또한 다른 재벌이나 외국기업을 통한 3자인수 같은 비교적 손쉬운 방법보다는 기아를 다시 살려내는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무원칙한 지원이나 특혜가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기아측이 철저한 자구노력을 기울인다는 대전제가 성립한다면 기아와 같은 선진국형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은 단지 경제논리를 넘어 사회적 의미가 따른다는 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아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이제 이해당사자들만의 관심을 넘어서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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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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