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두 얼굴의 물가당국

식품 등 국내업체 무차별 압박<br>명품 등 외국업체는 수수방관



지난해부터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물가억제 정책을 시행해온 정부가 정작 외국계 업체들의 도미노식 가격인상에는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이며 역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두 얼굴의 물가당국'이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 등 거시정책 수단은 동원하지 않으면서 민간업체들을 대상으로만 찍어 누르기식 관치 물가대책을 펴는 것도 문제인데 여기에 국내 업체들과 외국계 업체 간 이중잣대 논란까지 더해진 것이다.

8일 정부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윤상직 지식경제부 차관은 9일 해외순방 중인 홍석우 장관을 대신해 홈플러스ㆍ이마트ㆍ롯데마트 등 3개 대형마트 대표와 회동한다. 이들이 최근 가격을 올릴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 제동을 걸기 위함이다.


정부가 이처럼 전방위 압박에 나섰지만 정작 외국계 업체들은 상품ㆍ서비스 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다국적 식품업체인 버거킹ㆍKFCㆍ코카콜라 등이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지난 1일부터는 맥도날드가 햄버거와 커피 등 6개 제품가를 예고 없이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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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화장품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인상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올 들어 라프레리ㆍ랑콤ㆍSK-2ㆍ키엘 등이 인상한 데 이어 에스티로더그룹도 조만간 가격을 올린다. 에르메스ㆍ샤넬 등 고급 명품은 인상폭이 더욱 가파르다.

이 같은 인상 행보는 물가당국의 눈치를 살피는 국내 기업과 대조를 이룬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초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이후 반강제로 기름값을 인하했으며 식품ㆍ생필품 가격인상은 담합조사 등으로 억눌렀다.

필립모리스 등 외산담배 가격이 오른 가운데 인상 압력을 받아온 KT&G가 이날 동결방침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말에는 롯데칠성ㆍ오비맥주 등이 인상을 발표했다가 정부의 압박으로 며칠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정부는 조만간 소비자단체 등과 회동해 외국계의 인상에도 간접적인 압박을 가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인 물가억제 수단이 되기 힘들 것으로 보여 정부의 일방향식 물가억제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국내 업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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