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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후보직을 사퇴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일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뒤늦은 해명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지 사흘 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인수위 출입기자들에게 200자 원고지 32.5장(6,500자) 분량의 '해명자료'를 e메일로 배포하고 두 아들의 병역회피, 부동산 투기, 탈세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그는 "(각종 의혹 제기로) 저의 가정은 물론 자녀의 가정까지 파탄일보직전으로 몰려 의혹에 대한 해명도 못한 채 사퇴의사를 표명했다"며 "대통령 당선인이 저를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고 후보로 지명했다는 쪽으로 비난이 확대되면서 새 정부 구성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어 해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검증실패에 대한 비난여론이 커지자 김 위원장이 사태확산을 막기 위해 해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장ㆍ차남 병역 면제 적법=김 후보자는 장남이 고의 감량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원래 마른 체형인데다 대학시절 고시공부를 하면서 건강상태가 악화된 것이 체중미달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신장 169㎝인 김 후보자의 장남은 징병검사 당시 체중 44㎏으로 당시 기준체중(45㎏)보다 1㎏이 적어 병역을 면제받았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통풍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차남에 대해서는 "병원에서 선전적 통풍성 관절염 판정을 받았다"며 "지금도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수시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여세 탈루 일부 인정=김 위원장은 자신의 건강을 염려한 모친이 손자들의 생계를 염려해 재산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탈세 의혹을 인정했다. 다가구 주택이 들어선 서초동 땅에 대해 그는 "모친이 준 현금 400만원으로 매입했으며 등기부상 매매로 기재된 점을 감안할 때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납부하지 않은 증여세는 안성 임야 증여분을 포함해 총 26만원가량으로 추정된다"며 "지금이라도 납부할 수 있는지 국세청과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법조타운 이전 정보를 사전에 입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며 늦장 등기에 대해서도 "매도인이 환지처분 예정이라는 이유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거부해 소송까지 제기했으며 승소 후 주택을 신축하기 위해 등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택지초과소유부담금 회피를 위해 해당 땅에 다가구주택을 지었다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범죄인 다루는 듯한 뒷조사로 졸도하기도…"격정 토로=김 위원장은 해명자료 첫 부분에 언론의 과잉검증으로 가족이 피해를 입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총리 후보 지명전까지 저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으나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덕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급전직하했다"며 "(언론이) 저와 가족 심지어 손자녀까지 미행하면서 범죄인 다루듯 조사해 가족들이 졸도하는 사태가 일어나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저의 가정은 물론 자녀들의 가정까지 파탄 일보직전으로 몰렸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추측하기도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평소 출근시간보다 1시간가량 이른 오전8시께 인수위 사무실에 나와 해명자료를 최종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민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