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우그룹 <오리온하넬>:12(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공원같은 공장” 하노이의 명소/95년 가동 베트남 최대 브라운관 생산사/복지도 최고… 외국인들 “필수 방문 코스”60년대초 어느날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은 호주 출장중 귀국길에 월남의 수도 사이공(현 호치민)을 들렀다 올 기회가 있었다. 이때 김 회장은 앞으로 이나라에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영감처럼 스쳐갔다. 그후 이 구상은 30년만에 현실로 나타났다. 하노이에 투자를 원하는 외국기업인이 반드시 방문하고 가는 곳. 하노이시에서 하이퐁방향으로 약 20㎞ 떨어진 사이동 첨단공단내에 위치한 오리온하넬사(ORION―HANEL Picture Tube co.ltd). 오리온전기가 92년 10월 베트남 국영업체인 하넬(HANEL: Hanoi Electronic Corp)과 70:30의 지분비율로 설립한 합작사인 오리온하넬은 연간 2백20만대의 브라운관 생산능력을 갖춘 베트남 최대의 브라운관 생산업체다. 베트남측 합작 파트너인 하넬은 지난 84년에 설립돼 직원 3백명의 가전제품 조리생산업체로 자본금 2백만달러의 국영기업체로 현재 하노이시장으로 있는 반 응이엔씨가 당시 하넬사장이었다. 이후 그가 시장으로 선출되는데는 대우와의 합작사 설립등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오리온하넬은 1억7천만달러를 투자해 지난 93년 9월 공장건설에 착공, 95년 3월에 공장 및 설비설치를 완료하고 그해 7월 첫작품으로 14인치 컬러브라운관 생산을 시작했다. 사이동 첨단공단내 3만6천여평의 부지에 들어선 공장건물(8천6백평)은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고 직원은 한국인 34명과 베트남 현지고용인 1천3백여명. 근무조건은 4개조 3교대로 일요일없이 연중무휴로 공장을 가동한다. 브라운관 생산공장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다. 특히 공정을 새로 가동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연속 공정이 비용절감의 관건. 따라서 오리온하넬은 베트남의 인건비가 싼 점을 이용해 4개조로 편성, 일요일을 포함 3교대로 연중 무휴 24시간 공장을 가동한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베트남의 대부분 공장에서는 상오 11시30분부터 하오 1시30분까지 2시간이 점심과 오수를 즐기는 시간이다. 오리온하넬의 경우 사업초기에 이 작업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김종낙 오리온하넬사장은 『사회적인 통념은 교육을 통해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오리온하넬에 들어오는 직원들에게는 처음부터 연중무휴로 일요일 없이 4개조로 편성해 1일 3교대로 일한다는 것을 교육했기 때문에 모두 현재의 체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어려움을 극복한 비력을 설명했다. 오리온하넬에서 생산하는 품목은 컬러브라운관의 경우 14, 16, 20, 21인치등 4개 모델(연 생산능력 1백60만개), 흑백브라운관은 12, 14인치(연 생산능력 60만개)등 2개 모델이며 생산량의 80%는 동남아등지에 수출하고 20%는 내수에 충당할 방침이다. 공장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은 미숙련 단순노동자를 기준으로 월 77달러. 야간근무등에 따른 특별수당(30%)을 포함 월 90∼1백달러 수준으로 다른 일반 근로자들의 임금 60∼70달러에 비해 꽤 높은 편이다. 지난해 생산직 직원 2백명 모집에 1만명 이상이 지원한데서 오리온하넬의 인기가 어느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오리온하넬에 취직하기 위한 전문학원도 생겨나고 취업을 미끼로 1인당 2백달러씩 챙기는 신종 사기단이 적발되기도 했다. 오리온하넬의 한 간부는 베트남 정부고위관리로부터 직원채용에 대한 청탁이 심심찮게 들어와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귀띔한다. 오리온하넬이 하노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직장중의 하나가 된 비결은 높은 임금뿐 아니라 회사가 사원들의 복지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고 각종 부대시설과 근무환경이 다른 회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기 때문이다. 오리온하넬공장은 오리온전기의 본사가 있는 구미공단과 거의 같게 꾸며 놓았다. 공장을 들어서면 갖가지 꽃들로 가꾸어진 정원이 공장이라기보다는 공원에 온 것같은 포근한 느낌을 준다. 또 사원들의 복지를 위해 잘 지어진 식당건물과 뷔페식으로 무료로 제공되는 식사, 의사 2명 간호원 4명이 근무하는 회사내 병원등 근로자들의 복지를 위한 배려도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다른 기업과 비교할 수 없다. 오리온하넬이 베트남정부에 지불하는 토지 사용료는 연간 ㎡당 3달러(평당 약 10달러)로 임대기간은 30년이다. 또 토지 임대료는 매 5년마다 5% 범위내에서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오리온하넬에도 노조가 있다. 노조간부들은 대부분 공산당원이며 회사측과 여름하기휴가나 임금문제등을 협상한다. 회사측은 노조측과 앞으로 3년마다 임금을 조정하기로 합의(다음번 임금협상은 99년)했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1년에 5% 정도씩 임금을 인상키로 했다. 오리온하넬은 98∼99년까지 연간 1백80만개 생산능력을 갖춘 라인을 증설해 총 4백만개의 브라운관 생산능력을 갖출 방침이다. 아울러 베트남정부와 앞으로 10년간 브라운관생산에 대한 독점권을 따내 당분간 독점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부관리들은 외국인이 베트남에 투자하겠다고 오면 방문코스에 빠뜨리지 않고 넣는 곳이 바로 오리온하넬이다. 이런 이유로 김 사장의 스케줄북은 온통 외부인사들의 방문계획일정으로 꽉 차있다. 오리온하넬사를 방문하는 외부방문객은 줄잡아 월평균 5백명선.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30명 내외가 방문하는 셈이다. 방문객은 외국인과 베트남의 고급관리들이 대부분. 오리온하넬의 김사장과 한국직원들은 이들을 안내하는 일이 중요한 일과가 된지 이미 오래다. 세계화가 밖으로 나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내용이 더욱 중요하다. 베트남에 투자하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베트남 관리들이 거두절미하고 하는 한마디. 『베트남에 투자 하려거던 오리온하넬만큼만 해 주십시오.』<하노이(베트남)=이형주> ◎인터뷰/김종낙 오리온하넬 사장/“중국 남부 시장 진출도 겨냥” 오리온하넬의 김종낙 사장은 『처음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돼 기술을 가르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진출 초기의 고충을 토로했다. 김 사장은 해외로 진출하는 우리기업들에 대해 『최소한 진출하는 나라의 노동법은 꼭 알고 가야한다』며 『사전지식없이 단순히 저임금만을 노려서 뛰어들다가는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베트남이 사회주의국가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일상 생활에서는 사회주의국가라는 것을 크게 의식할 수 없다. 다만 법 제도면에서 시장개방에 맞춰 나가기 위해 기존 법이 자주 바뀐다. 잠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어느새 제도가 바뀌어 당황할 때가 종종 있다. ―오리온하넬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은. ▲기본급 77달러에 야근수당등을 합할 경우 90∼1백달러로 베트남내에서는 괜찮은 수준이다. 그밖에 식당과 자체병원(의사 2명 간호원 4명 상주)을 갖고 있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 식당은 뷔페식으로 되어 있어 본인이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먹을 수 있고 공짜다. 베트남기업중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기업은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베트남에 브라운공장을 진출시킨 배경은.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시장이 있는 곳에 가서 물건을 만들자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특히 베트남은 중국의 전자공업단지가 몰려있는 중국남부와 가까워 앞으로 중국남부시장을 노린다는 점도 진출 이유중 하나다. ―향후 계획은. ▲현재 비어있는 부지에 공장을 신축할 계획이다. 98∼99년사이에 라인 하나를 더 증설해 캐퍼를 2백20만개 수준에서 4백만개 수준으로 늘릴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오리온전기 전체로는 구미본사 1천1백만개 멕시코 4백만개 프랑스 1백50만개를 포함, 2000년에는 2천만개의 캐퍼를 가지게 될 것이다.<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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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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