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속가능 경제성장 위해 근로자 소득 확충 눈돌려야

최근 들어 시장 곳곳에서 경기회복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오랫동안의 침체국면을 지나 마침내 터널 저쪽 끝에 보이는 불빛이 점점 더 커지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소비심리가 되살아난다는 소식이 반갑다. 중산층의 소비 추세 파악에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 차량 판매가 올 1·4분기에 모두 38만2,000대를 기록했다. 1·4분기 기준으로 2011년 이후 3년 만에 최대폭의 증가세다. 부동산도 서울 강북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222건으로 전달보다 20% 늘어났다. 이사가 활발해지면서 고가 가전제품의 신규구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LG전자의 공기청정기와 제습기는 1·4분기에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팔렸고 500만∼700만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초고화질(UHD) TV는 2월 말에 예약 대기자만도 700명 이상이나 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보다 0.2%포인트 올려잡은 4.0%로 재조정한 것도 이 같은 시장의 흐름을 감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현재의 소비 회복세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체감경기 부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민간소비 확대를 보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첫째는 가계소득의 확충이다.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소비확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는 지금 가처분소득의 확대 과정에서 커다란 암초에 부딪쳐 있는 형국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1,000조원을 넘어서는 가계부채다. 우리 국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늘어나면서 2013년 9월 기준으로 169.2%에 달할 정도다. 부채상환 부담에 짓눌려 그만큼 소비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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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가 이렇게 늘어나고 있는 데는 가계소득의 정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얼마 전 한국금융연구원이 내놓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구조와 동반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1975∼1997년만 해도 가계소득이 8.2배 늘어나는 동안 기업소득은 8.1배로 늘어 증가세가 비슷했다. 이 같은 추세가 돌연 역전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와서다. 2005∼2010년에 가계소득이 1.6배가 되는 데 그친 반면 기업소득은 무려 26.8배로 급증했다. '가계소득 정체-저축률 급락과 부채 급증-소비침체에 따른 내수부진'이 발생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기여도에서 민간소비는 무려 3분의2를 점유한다. 투자부진 못지않게 소비침체가 경제의 장기 성장률 저하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쳤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금융연구원의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기업에 편향적으로 배분되고 있는 소득이 임금소득 향상으로 돌려지지 않는 한 추가적인 민간소비 확대 자체가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둘째로 소비성향이 높은 근로자들의 '보편적' 소득 증대를 꾀하기 위해서는 특권 계급화한 일부 근로자들이 스스로 짊어져야 할 몫도 작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 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귀족 노조'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철저히 저항하면서 기업들로 하여금 고용기피나 공장의 해외이전을 재촉하는 주범이 되다시피하고 있다. 일자리 늘리기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대기업 노조 자체를 경제지대(地代)로 삼아 비정규직 및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돌아가야 할 소득의 상당 몫을 착취하는 심각한 부작용까지 낳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대 이후 독일 경제가 탄탄대로를 걸으면서 넘치는 일자리로 선·후진국의 부러움을 산다지만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중심으로 한 '노동개혁'이 없었다면 지금의 경제활황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민간소비의 주역인 근로자의 소득향상과 고용증대를 위해서는 정부 못지않게 기업과 근로자 스스로 대타협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한국 경제가 강력한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한편 국민 모두의 생활 수준 향상을 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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