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와이브로깡'으로 400억대 부당이득 챙겨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 68명 적발

개인정보판매상-대리점업주 조직적 결탁

서울시 산하 공기업에서 일하는 직원 A(45)씨는 2009년 지인으로부터 '부업' 제의를 받았다. 와이브로ㆍ휴대폰깡 등 소위 내구제 대출이 돈이 된다는 것이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꼬드겨 와이브로-노트북 결합 서비스에 가입시켜 푼돈을 쥐어 주면 통신사로부터 보조금과 노트북 값을 챙길 수 있다고 유혹했다. 통신사는 노트북이 가입자에 실제로 지급되는지, 가입자가 저신용자인지 꼼꼼히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범죄가 수월하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그해 11월 본격적으로 와이브로깡에 뛰어든 A씨는 2011년 1월까지 약 4,450명의 대출 희망자들을 끌어들여 54억원 상당의 돈을 챙겼다.


A씨처럼 와이브로깡 수법으로 통신사로부터 400억여원을 챙긴 업자들이 검찰에 대거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정수)는 2009년 12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와이브로 결합상품 제도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특경가법상 사기) 등으로 일당 68명을 적발해 개통대리점 업주 김모(43)씨 등 17명을 구속기소하고 이모(45)씨 등 4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1명은 기소유예, 2명은 기소 중지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통신사가 서비스 가입자의 신용상태를 확인하지 않는데다 노트북의 시리얼 번호만 입력하면 노트북이 판매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개인정보판매상-대출모집책-무허가대부업자-개통대리점 업주 등이 조직적으로 결탁해 이 같은 범죄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기사



우선 개인정보 판매상 정모(36)씨는 유출된 개인정보 3,870만건을 확보한 다음 불법대부업자에게 정상적인 금융 대출이 어려운 사람 위주로 1건당 1만5,000원~2만원에 팔았다. 박모(33ㆍ구속)씨 등 불법대부업자들은 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급전이 필요한 대출희망자를 모집한 뒤 "노트북과 와이브로인터넷이 결합된 서비스에 할부로 가입하는 계약을 맺으면 50만~70만원을 대출해주겠다"고 꼬드겼다. 가입 후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해지되기 때문에 할부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안심시켰다.

김모(43ㆍ구속)씨 등 통신사 개통대리점주는 대부업자와 결탁해 서비스 가입을 처리해주고 실제로는 노트북을 지급하지 않고 통신사에게 노트북 대금과 보조금만 받아 챙겼다.

이런 방법으로 대부업자들과 개통대리점은 각각 최고 73억원, 58억원까지 가로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사기에 이용된 노트북은 3만4,982건에 이르며 이로 인해 A통신사는 243억원, B통신사는 196억원에 피해를 입었다.

급한 마음에 와이브로깡에 손을 벌렸던 서민 2만5,627명은 노트북 할부금과 위약금 등 빚더미만 남았다. 1차적으로는 개인정보 유출, 2차적으로는 대출사기 등 두 번 눈물 흘린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통신사가 서비스 가입자에 1인 2대 개통을 허용하고 과도한 개통수수료 등 보조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범행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며 "2012년부터 올 4월까지 잡중 단속한 결과 현재 와이브로 노트북 깡 범죄는 사라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