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강 부총리의 실언/김준수·정경부(기자의 눈)

정치가와 거짓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정책입안자들도 필요에 따라 거짓말을 한다.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보사태나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대선자금에 연루된 인사들이 보여준 태도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재정경제원이 금융자율화와 관련해 그동안 해온 거짓말은 정치인 장관과 행정규제의 본산인 재경원 조직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재정경제원은 국책은행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장 인사에까지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금융자율화를 명분으로 작년말 만들었던 「은행장후보 추천을 위한 비상임이사회제도」를 재경원 스스로 짓밟고 미리 은행장을 내정해 놓았다. 작년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외쳤던 금융선진화도, 올들어 한보사태가 터지면서 다짐했던 금융자율화도 다 국민을 속인 거짓말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UC샌프란시스코의 심리학과 교수인 폴 애크먼은 「거짓말 잡아내기」란 책에서 정치인들의 감추기와 속이기 습성을 적나나하게 묘사했다. 국회의원이기도 한 강경식 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은 정치가이면서 정책입안가이기도 하다. 애크먼 교수의 분석대로라면 그와 거짓말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시장주의자로 자처하던 그가 자신의 철학을 버리고 권력의 칼을 휘두를 수밖에 없게된 전후사정을 보면 일부 이해가 가는 대목도 없지 않다. 한보사태의 파장권내에 있는 재경원 입장에서 은행장 인사에 대한 검찰의 월권적 간섭을 막을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은행 비상임이사들이 한보연루 임원에 대한 공동책임 여론을 도외시하고 은행내부의 의견만을 중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은행장을 뽑은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재경원의 노골적인 은행장인사 개입은 관치금융을 척결, 금융자율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시대적 명제를 명백하게 거스른 것이 분명하다. 재경원은 관치금융의 부활에 대해 불가피성을 강조하거나 또는 과거처럼 계속 「오리발」을 내미는 것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29일 은행장 내정보도가 나간데 대해 재경원이 시인도 부인도 하지않는 NCND의 입장을 견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거짓말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자신의 처지상 거짓말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강부총리가 역시 부처속성상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재경원에 있으니 「거짓말 정책」의 개연성은 대단히 높다. 금융개혁안에 대한 여러차례의 말바꿈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이래저래 국민과 금융기관은 기만당할 수밖에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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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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