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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그리스 민영화 계획의 한계

그리스 출신의 마리아 다마나키 유럽연합(EU) 어업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그리스가 외부 채권자들(구제금융 기관)이 요구하는 긴축 프로그램과 경제 개혁을 이행하지 않으면 유로존을 탈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그리스 재정위기가 유로존 전체에 위협이라는 견해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한 경제 개혁을 거부하고 있는 집권 사회당 정부와 노동조합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도 풀이된다. 이와 관련, 그리스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국영자산들을 매각해 총 500억유로를 마련하는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그간 독점해온 에너지와 은행ㆍ통신 사업들은 물론 유럽 최대 복권업체인 '오팝'까지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가 반드시 이번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다며 결연한 자세다. 일부 유럽 정치인들은 그리스가 민영화 계획을 중단없이 수행하도록 외부기관이 이를 통제하는 방안까지 주장한다. 그리스는 이번 민영화를 통해 경제에서 국가비중을 줄임으로써 경쟁력과 효율성이 증대되는 효과를 얻을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그리스는 채권자들에게 추가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데 강도 높은 민영화는 이들에게 그리스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민영화가 병든 그리스를 치유할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리스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더라도 국내총생산(GDP)의 150% 규모인 국가채무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가 결국 유로존을 탈퇴해 국채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투자자들은 폭락한 국채에 대한 보상방안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특히 민영화 계획을 외국인들의 손에 넘기면 빼앗긴 주권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사회혼란을 야기해 지금까지의 경제회복 노력마저 망쳐버릴 수 있다. 유로존과 IMF가 그리스 정부에 민영화 계획을 신속하게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유로존과 IMF가 그리스 문제의 해법을 도출해내지 못한 자신들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대신 민영화를 압박하고 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그리스 문제의 핵심은 그리스가 앞으로 2년간 어떻게 자금을 마련하고 기존 채무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에 있다.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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