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에너지도 기본권이다


두 해 전 겨울 전남 고흥에서 60대 할머니와 여섯 살 난 외손자가 전기를 아끼려 촛불을 켜고 자다 화재로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들이 6개월치 전기료 15만7,000원을 내지 못해 전기 사용이 제한된 상태에서 이 같은 변을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에너지 빈곤층의 문제로 사회가 들끓었다. 당시 고흥 나로도 우주센터에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한 나로호 3차 발사를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었다. '우주 강국의 꿈'에 대한 기대가 부풀던 한 편에서 소외된 이웃이 촛불 화재 참사를 당한 아이러니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에너지 빈곤층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전체 소득 중 광열비 등 에너지 비용 부담이 10% 이상인 가구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8%인 130만가구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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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연탄 몇 장에 체온을 의지하며 추위를 버티고 한여름 찜통더위에 선풍기조차 틀지 못하는 빈곤계층에게 에너지란 생존의 문제다. 정부는 그간 에너지 빈곤층 해소를 위해 다양한 에너지 효율 개선 및 난방비 지원 사업을 수행해왔다. 창호·단열 공사와 난방기기를 지원함으로써 저소득층의 에너지 구입 비용을 줄여주는 한편 에너지 요금 할인 및 쿠폰 지급 등을 통해 겨울나기 연료비를 지원해왔다. LPG 등 에너지업계도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중 취약가구를 대상으로 동절기 에너지 바우처를 지원하는 등 에너지복지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제도 한계로 인한 사각지대가 여전해 세심한 보완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지자체, 각 에너지별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에너지 지원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지원대상의 중복, 소외 및 에너지 간 형평성의 문제가 우선 지적되고 있다. 저소득층이 주로 사용하는 연탄·등유·LPG 구입 지원비는 에너지 종류에 따라 금액이 최대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정부·복권기금·민간기업 등 지원 주체가 제각각이어서 발생하는 문제다. 다행히 2015년부터는 통합 구매가 가능한 에너지 바우처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농어촌 등 취약지역 거주자가 더 비싼 연료를 사용하는 에너지 역진 문제도 LPG 소형저장탱크 보급 등을 통해 개선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에너지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이다. 최근 관련법 개정을 통해 재원 마련의 근거를 확보했으나 에너지복지 필요성에 대한 관계 당국과 사회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효율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2006년 제정된 에너지 기본법 제4조 5항은 '국가, 지자체, 에너지 공급자는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 대한 에너지의 보편적 공급에 기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소 선언적인 규정이기는 하나 에너지복지를 명문화함으로써 정부 의무를 규정하고 기업의 참여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모든 국민이 소득에 관계없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사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복지의 지향점인 것이다. 에너지는 삶과 생활의 필수적 요소이자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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