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행복의 기술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거의 꼴찌 (32위) 수준인 것으로 최근 한 조사결과 나타났다. OECD의 '행복지수(BLI)'로는 지난 몇 년간 8~10계단 위였는데 지니계수, 빈곤율, 사회적 형평성 등의 지표를 추가하고 보니 뒤에 터키(2.90)와 멕시코(2.66) 두 나라밖에 없는 삶의 질이 나쁜 국가로 떨어졌다.

'국민 행복'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에 돌입한 대권주자들도 약속이나 한 듯이 개인의 삶과 행복을 중시하는 슬로건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는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라는 슬로건 아래 5,000만 국민 행복 플랜을 제시했고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저녁이 있는 삶,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를 주창하고 나섰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각종 경제지표들과 개인의 실제 삶의 질 사이에 괴리가 커지자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슬로건이 시대정신이 되고 있다는 풀이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대한민국의 남녀노소 누구도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일자리, 교육,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것 없는 살림살이의 악화 탓이 크지만 상대적 박탈감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행복을 연구해온 학자들의 이론 중에 '이스털린의 역설'이라는 게 있다.

소득 늘었지만 상대적 박탈감도 심해

지난 1970년대 중반 리처드 이스털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가 방글라데시, 부탄 같은 빈곤국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높은 반면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행복도가 낮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소득이 일정 수준에 올라 국민의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 증가가 더 이상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 내용이다. 이스털린과 뜻을 같이 하는 학자들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행복지수가 정체되는 시기로 본다. 한국이 서 있는 바로 이 지점이다.

행복지수 논문을 발표한 이 교수는 "국민이 만족스런 삶을 영위하려면 충분한 소득을 얻는 것이나 안정된 고용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의 편중이나 극빈자 수를 줄이기 위한 고민도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을 붙였다.


문제는 이처럼 해결책을 알고 있지만 실행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중산층이 쪼그라들고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이 늘어나는 경제구조 속에서 단기간에 소득 평등 정도를 높이고 '행복한'경제발전을 이루는 시스템을 만들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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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정부나 위정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도 금물이다. 몇 년 전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미래보고서 '퓨처매핑 2030'은 현재 16.8%인 개인의 권력이 오는 2030년에 83.2%가 되며 국가의 권력은 현 69.3%에서 2030년 30.7%로 역전된다고 전망했다. 국민들이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지난 수십년 동안 경제 발전을 위해 달려온 우리는 끊임없는 경쟁과 상대적 박탈감에만 내몰릴 뿐 행복이 뭔지 느껴볼 틈조차 없었다. 그러다 보니 늘 눈앞의 생활에 급급해 행복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라는 경제발전 시대의 행복 패러다임에 갇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발전 시대 패러다임서 벗어나야

그저 아침에 눈을 뜨면 온 가족이 건강하게 내 곁에 있고 나갈 수 있는 일터와 학교가 있는 '지금(present)'이 '선물'임을 잊은 채 살아온 게 아닐까.

학자들은 행복에 객관적인 수치를 매기려고 애쓰지만 행복은 어찌 보면 상당히 주관적인 가치다. 다행히 전문가들에 따르면 행복도 배우고 익히기를 거듭하면 습득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미국 코넬대의 칼 필레머 교수가 쓴 책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은 1,000명이 넘는 7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서 들은 삶의 해답을 30가지로 정리했다. 이 책은 인생의 현자들에게 행복한 인생, 후회 없는 삶으로 가는 길을 묻는 '인류 유산 프로젝트'로 불린다. 개인적으로 가장 끌리는 현자들의 해답은 '여행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다. 휴가는 다가오고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니 절로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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