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우환 "바깥세상과 연계성 통해 보편성 확보를"

구겐하임 전시 후 첫 개인전


"서양에서는 아시아 작가의 전시를 두고 오리엔탈리즘이나 아시아적ㆍ한국적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부정적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와 상관없으니 같은 테이블에서 논의하지도, 평가하지도 않겠다'는 뜻이니까요. 국내 작가들이 외국에 나가서 '한국적임'을 강조하는 것은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일입니다. 작품이 어떠하며, 왜 주목받는가가 중요하지 '세계적' '일류' 등의 표현은 아무 의미 없어요. " 현대미술의 심장부인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대규모 회고전(6월23일~9월28일)을 끝내고 14일 국내 언론 앞에 선 화가 이우환(75ㆍ사진)은 특별전 개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뉴욕 구겐하임은 백남준 이후 한국인으로는 두번째, 중국 작가 차이궈창을 포함하면 아시아인으로는 세번째로 이우환의 개인전을 기획했다. 작가는 "내가 아시아, 한국 출신이니까 그 뿌리가 미국에서는 어떻게 비칠까 의구심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현지 작가나 비평가들이 그 보편성의 상당 부분을 이해한 것으로 보였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우환은 구겐하임 특별전 이후 첫 개인전으로 15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이우환 다이알로그(Dialogueㆍ대화)'전을 연다. 단 10점의 작품으로 그의 예술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 특유의 여백(餘白)이 전시장 전체를 감싼다. 작가는 "여백은 그려지지 않은 부분이 아니라 그린 부분과 그리지 않은 부분에서 생겨난 긴장감이 울림을 형성한 공간 전체를 가리킨다"며 "관객들에게 바깥과의 관계성이 주는 '여백현상'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마음을 비우고 그린다고도 하지만 바깥을 받아들이거나 연결하고 열어놓을 수는 있을지언정 완전히 마음을 비울 수는 없다"며 "바깥과의 연계성을 통해 자신을 줄이되 외부를 수용해 최대한 보편성을 확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럽과 일본을 오가는 이우환은 이미 일본 현대미술사에는 '모노하(物派ㆍ인공이나 가공을 최소화해 재료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미술 경향)'의 창시자로 이름을 남겼다. 1970년대에 질서정연한 '점' '선' 시리즈에 이어 1980년대에 흐트러진 듯한 '바람' 시리즈를 거쳐 1990년대 이후 한두 개의 점으로 표현된 '조응(Correspondence)'으로 옮겨왔다. 작가는 "어떤 이는 '점 몇 개 찍는 것은 나도 그리겠다, 누구나 할 수 있겠다'고도 하는데 그렇게 느끼게끔 그리는 데 대단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점 하나를 그리기 위해 아침9시부터 다음날 새벽4시까지 매달리기 일쑤고 꼬들꼬들 마른 다음 다시 손질하기를 반복하면 40~50일씩 걸려 일년에 20~30점밖에 못 그린다"고 설명했다. 이번 구겐하임 특별전 이후 주요 미술관의 전시 요청이 많지만 그는 "몇 년간 대형 전람회는 하지 않고 생각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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