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銀, 점포 설립 지역 물색… 대구銀, TF 구축해 출점 논의
전북銀 "서울과 시너지" 가속
뺏고 뺏기는 경쟁 더 치열… 전국구 시중銀 도전자로
지방은행의 수도권 진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27일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은행 담당자들과 만난 '금요회'에서 지방은행의 경기도 진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이 기폭제가 됐다. 당장 최대 지방은행인 BNK부산은행이 경기도 중소기업 공단 내지 부산에 연고가 있는 기업이 몰려 있는 곳을 중심으로 두 곳의 점포를 낼 채비를 하고 있다. 전북은행과 대구은행도 이미 진출해 있는 서울·인천 등 수도권 지역 점포망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기 지역에 점포 신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지방은행은 정관상 영업구역에 경기도가 포함돼 있지 않아 이 지역에서 영업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금융위의 규제 완화 의지에 따라 영업환경이 연고 지역보다는 월등히 좋은 경기도 진출이 가능해졌다. 지방은행에는 새로운 먹거리가, 전국구 시중은행에는 도전자가 생기는 셈이다.
경기도는 산업단지와 물류창고·중소기업이 몰려 있어 전통적으로 은행 기업 여신 확대의 전쟁터다. 시중은행의 한 중소기업 영업 담당 임원은 "중소기업은 작은 금리 차이에도 잘 움직이기 때문에 경기도에서 고객을 뺏고 뺏기는 은행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안산·시화공단 등 중소기업이 밀집한 공단 위주로 점포 설립 지역을 물색하고 있다. 부산은행 고위관계자는 "수도권 산업단지 등에는 부산 연고 기업도 많이 와 있어 점포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한두 개의 점포를 설립해 중소기업 소규모 소매금융 쪽으로 특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앞선 3월 초부터 수도권 지역 영업 확대 가능성을 점치고 '경기도 출점 협의회'를 구축했다. 이 은행은 임 위원장의 규제 완화 방침이 나오자 30일 경기도 출점 협의회를 '광역권 진출 방안 수립 태스크포스팀(TFT)'으로 격상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은행 고위관계자는 "지방은행 중에서도 서울에 점포 수가 제일 적은 만큼 정식으로 인가가 나면 경기도 점포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한두 곳의 거점을 만들고 고객이 쌓이면 분점이 가능한 만큼 갑작스럽게 점포를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은행 중 수도권 지역에 점포가 가장 많은 전북은행도 경기도 영업 허용을 반기고 있다. 이 은행은 서울 13곳, 인천 5곳 등에 점포를 갖고 있어 수도권 점포망이 튼튼하다. 전북은행은 서울·인천 등 수도권 영업점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으로 경기도 영업 점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인구가 많은 경기도 쪽에 충분히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지역적으로 서울·인천 등의 영업점과 연결이 잘되는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신설 점포 입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은행은 다른 지방은행의 행보를 지켜본 뒤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진주·하동 등 서부 경남 쪽이 뜨고 있어 이 지역에서 점포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곧바로 경기도 영업점 확대를 검토하는 것은 어렵고 다른 지방은행이 하는 것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