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출연을 통해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로 합의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글로벌 공조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저성장 탈출을 위한 세부 실행 방안을 구체화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만큼 결국 이번 합의가 구두선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호주에 GIH 설립 합의= 올해 G20 정상들은 16일(현지시간) 호주 브리즈번에서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 뒤 세계 경제 저성장 탈출, 회복력 강한 경제 시스템 구축, 국제협력 강화 등 크게 3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G20은 '브리즈번 액션플랜'이라고 이름 붙인 공동선언문을 통해 앞으로 5년간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지금의 추세보다 2.1% 이상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종합적 성장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올 2월 시드니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제시했던 '성장률 2.0% 제고'보다 더 공격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G20 정상들은 총 800개의 세부 과제를 이행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특히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이행 기구인 GIH를 호주 시드니에 설립한다는 데 합의한 게 큰 성과로 평가된다. 또 선언문은 글로벌 경제의 수요 부족,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을 운용하고 각국이 글로벌 경제 영향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공조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하지만 각국의 정치적·경제적 입장이 달라 경기둔화 극복을 위한 글로벌 공조 전선이 강화될 수 있을지 아직 의문이다. 당장 정상회의 기간 중 앞으로 15년간 민관 공동으로 사회기반시설에 70조달러를 투입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선언문에서는 빠졌다. 또 유로존 국가들이 민관 합동으로 3,000억유로(3,760억달러) 규모의 투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구상도 검토에만 그쳤다.
캐나다 국제거버넌스혁신연구소(CIGI)의 베스마 모마니 교수는 "공동선언문에 나온 인프라 투자, 일자리 창출 등은 구식 아이디어의 재탕에 불과하다"며 "다만 G20 회원국들이 성장촉진을 위해 상호 압박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방 먹은" 주최국 호주=이번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가 아니었던 기후변화 대응에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은 의외의 성과로 꼽힌다. 기후변화 대응은 의장국인 호주 등의 강력 반대로 에너지 세션의 하부 주제로만 논의될 예정이었다. 토니 애벗 총리는 지난해 9월 집권 이후 전임 노동당 정권이 도입했던 탄소세와 광산세를 잇따라 폐지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5일 퀸즐랜드대 연설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공조를 강조하는 동시에 GCF에 30억달러의 출연 의사를 밝히면서 분위기가 단번에 바뀌었다. GCF 총 기금의 30%에 달하는 액수다. 미국이 움직이자 일본 역시 16일 GCF에 15억달러를 출연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호주도 과거보다 더 긴 가뭄과 잦은 산불 등의 자연재해, 관광 명소인 대산호초 파괴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해 애벗 총리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G20 개막 직전인 지난 12일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앞으로 10~15년째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데 전격 합의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는 "기후변화 어젠다를 배제하려던 주최국 호주가 한방 먹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내년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 정상회의를 앞두고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기후변화 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회원국 간 조세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다국적 기업의 이른바 '이익 빼돌리기' 행위를 막는 방안도 포함된 점도 진전으로 평가된다. 또 공동선언문은 국제통화기금(IMF) 개혁과 관련해 쿼터 규모를 2배로 확충하고 신흥국으로 쿼터 6%포인트를 이전한다는 내용의 개혁안이 지연되는 데 유감을 표명하고 개혁안에 대한 미국 의회의 비준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