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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스완지시티)도 없고 구자철(마인츠)도 없고….'
현재 한국 축구 대표팀은 정상 전력과 거리가 있다. 핵심 미드필더 기성용은 무릎 수술에 따른 재활로 합류하지 못했고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 윤석영(퀸스파크) 등도 부상으로 빠졌다. 투쟁심 넘치는 구자철과 독일 분데스리가의 정상급 왼쪽 수비수 박주호(마인츠) 등은 기초군사훈련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차포를 다 떼고 나온 슈틸리케호가 신흥 강호 아랍에미리트(UAE)를 3대0으로 완파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향해 힘찬 첫걸음을 내디뎠다. 대표팀은 11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스타디움에서 끝난 UAE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44분 염기훈(수원), 후반 14분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 후반 45분 이정협(상주)의 릴레이 골로 세 골 차 대승을 거뒀다.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했으나 3월 국내 평가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1대1로 비기고 뉴질랜드에 1대0으로 겨우 이겨 불안감을 노출했던 대표팀은 UAE전 승리로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대표팀은 태국으로 이동해 16일 오후9시(한국시각) 미얀마와 월드컵 2차 예선 G조 첫 경기를 치른다. 내년 3월29일 쿠웨이트와의 홈경기까지 8경기가 예정돼 있다. 2차 예선 결과 8개 조 1위와 각조 2위 가운데 상위 네 팀 등 12팀이 최종 예선에 나간다. 미얀마·라오스·레바논·쿠웨이트와 같은 조인 한국은 이번 UAE전에서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음으로써 9·10월 중동 2연전(레바논·쿠웨이트)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
"(메르스 공포 탓에)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국민에게 기쁨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던 울리 슈틸리케(독일) 대표팀 감독은 UAE전에 이용재를 원톱으로 내세우고 염기훈-손흥민(레버쿠젠)을 좌우 날개에 배치했다. 이재성(전북)에게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겼으며 한국영(카타르SC)-정우영(빗셀 고베) 조합으로 중앙 미드필드진을 꾸렸다. 포백 수비는 좌우에 김진수(호펜하임)와 정동호(울산), 중앙 수비는 곽태휘(알힐랄)와 장현수(광저우 푸리)로 짜였다. 골키퍼는 김승규(울산).
결과적으로 슈틸리케의 선택은 족집게처럼 맞아떨어졌다. 1년5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 염기훈이 전매특허인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고 A매치 데뷔전에 나선 이용재는 추가 골을 넣었다. 아시안컵을 통해 '슈틸리케의 신데렐라'로 자리매김한 이정협은 종료 직전 쐐기골로 압승을 자축했다. 특히 염기훈은 자신의 A매치 50번째 출전 경기에서 7년3개월 만에 4호 골을 뽑아 누구보다 기쁠 만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아르헨티나전에서 결정적인 골 기회를 놓쳐 한동안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던 그는 올 시즌 K리그 공격 포인트 1위(6골 6도움)답게 대표팀에서도 첫판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UAE는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73위로 58위의 한국보다 15계단 낮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 일본을 꺾고 3위에 오를 정도로 최근 상승세가 무서운 팀이다. '중동의 네이마르'로 불리는 오마르 압둘라흐만(알아인)을 앞세워 모처럼 한국을 무너뜨리려 했던 UAE는 그러나 역대 전적 2승5무12패의 절대 열세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일본도 이라크와의 홈 평가전에서 4대0으로 이겼다.
한편 K리그 제주의 공격수 강수일은 10일 도핑 양성 반응 통보를 받아 UAE전 출전 명단에 들지 못했다.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 출신의 강수일은 A매치 데뷔를 눈앞에 두고 귀국하고 말았다. 도핑테스트 결과 스테로이드 일종인 메틸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그는 "콧수염이 나지 않아 발모제를 발랐다"고 해명했다. 강수일에 대한 징계 여부는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