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글자도 못 읽는 중진공

"방금 교수들한테 전수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설마 기사 나가는 건 아니죠?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면 서울로 올라가 (단독으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기자가 창업사관학교 졸업생들이 정부의 지원금을 받고도 몰래 취업한 충격적인 사례들을 직접 확인한 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관리실태 취재에 들어가자 양동민 창업기획팀 부장이 다급히 뒷북대책을 지시했다며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청년창업사관학교 먹튀생'기사가 나간 3일 중진공이 각 언론사에 뿌린 공식 해명자료가 가관이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먹튀 사례에 '식품 관련 창업자'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을 졸업생 212명 가운데 그들 기준상 식품관련 창업자로 등록된 5명만 조사하고 "그런 일은 없다"고 단언한 것부터 성의 없는 결론이다.


졸업하고 1년간 사업 유지를 안 하면 지원금을 회수한다는 동의서까지 썼기 때문에 먹튀가 결코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폐업 신고도 않고 숨만 쉬고 있는 사업자를 가려내기 위해 제대로 된 전수조사를 할 생각은 안하고 딴소리만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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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보도 후 정부 창업사업 먹튀에 대한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모두가 아는 내용을 중진공만 부인하고 있다.

중진공은 또 10~15명의 교육생을 담당하는 각 교수가 매달 사업운영 실태를 점검한다고 반박했다. 취재 결과는 정반대다. 지원금 정산이 되는 5월 전까지 교수의 사업현장 방문 계획이 일절 없었던 게 확인됐다. 양 부장은 "5월까지 현장방문 계획은 없고 이후 분기나 2개월에 한번씩 방문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창업사관학교 2기생들을 초기부터 최대 140명까지 '걸러 내겠다'고 중진공의 뒷북대책을 보도한 기사 문구를 해명자료에 '길러낸다'로 잘못 표기하고는 "240명을 육성할 계획이므로 역시 창업기업 유지와는 무관함"이라는 뚱딴지 같은 내용까지 담았다. 신문기사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중진공의 어처구니없는 수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진공은 외부 비판에 귀를 닫고 억지 주장을 늘어놓을 게 아니라 과감한 내부 개혁부터 모색할 때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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