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많은 사람들이 탄소나노튜브(CNT) 투명전극필름하면 모바일에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상보는 CNT 투명전극필름을 에어컨 등 생활가전, 자동차 내장재, 네비게이션 등 훨씬 더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12일 경기 김포에 있는 상보 양촌공장. 김상근 상보 회장은 CNT 투명전극필름 상용화 계획을 소개하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포의 상보 양촌공장은 CNT 투명전극필름 제조부터 터치센서 제작까지 일괄생산체제를 갖춘 세계 최초의 공장으로 지난 10월 완공됐다.
아울러 국내의 한 네비게이션업체와 CNT 투명전극 터치센서를 납품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대만업체와는 스마트워치에 제품 적용을 의논하고 있다. 이동단말기(PDA)와 관련된 주문이 들어온 것을 비롯해 중국의 한 휴대폰업체와는 올 3월까지 휘어지는 터치 디스플레이 구현에 관한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정인상 신소재사업본부장은 "아직 CNT 필름이 상용화되지 못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이미 에어컨 등 일부 제품에 적용되기 시작했다"며 "해외영업에서도 국내 일류기업 납품 사실이 매우 중요한데 올해에는 이를 성사시켜 해외실적도 크게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한 대형 자동차부품회사로부터 실내 조명등 관련 터치센서 문의가 들어왔다. 자동차 내장재가 대부분 곡면 형태를 취하고 있는 데다 최근 자동차업체들이 인테리어에 관심을 많이 쏟다 보니 상보조차 예상치 못한 시장까지 열리고 있는 셈이다. CNT 필름은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과 달리 금속성이 아닌 화학물질을 기반으로 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구현에 유리하고 비용도 저렴한 장점이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는 우리 생활과 관련한 모든 것들이 터치센서를 기반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터치센서가 구현되면 재미있는 제품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CNT 필름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개발된 물질의 면저항값이 ITO 등 기존 필름보다 높은 270옴 수준에 달해 대형 디스플레이에는 적용하기 힘든 한계가 있다. 이에 상보는 당분간 CNT에 은나노와이어를 적용한 하이브리드 기술로 시장을 돌파할 생각이다.
영업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상보 공장은 최근 더할 나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업종 특성상 12~1월은 보통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예년에 비해 50% 가량 주문 물량이 늘어 분주한 연말연시를 맞아야 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올림픽·월드컵·아시안게임 등 각종 글로벌 스포츠행사가 즐비한 만큼 디스플레이 업황 자체가 살아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설 연휴에도 임직원들이 돌아가며 쉬어야 할 정도로 공장이 쉬지 않고 가동했다"며 "상보는 더욱이 유사업종 회사들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주문을 받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근 디스플레이업계 관심 자체가 필름이 필요없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보다는 액정표시장치(LCD) 기반의 울트라HD(UHD) 쪽으로 점차 기울고 있다는 점도 상보에는 호재다. OLED제품의 수익률이 떨어지다 보니 세계 여러 나라들이 잇따라 UHD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것.
정 본부장은 "OLED의 경우 아직 수익률이 좋지 않다 보니 적어도 당분간은 UHD 제품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주변에서 현재 CNT 물질의 한계를 놓고 아직 기술 수준이 떨어져 상용화하기엔 이르다고 하는 의견도 나오는데 과거 실리콘을 활용해 반도체를 만들 때도 실리콘 물질 기술이 개선되면서 반도체시장이 급성장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