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천 대전 등의 시내버스 노조들이 26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시내버스 수송분담률이 서울 36.7%, 인천과 대전은 50%선을 넘는다니 시민들의 불편이 얼마나 컸을지 알고도 남는다. 파업이 하루만에 끝난 것은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다.그동안도 시내버스 노조들은 매년 임금협상때마다 파업을 선언하곤 했지만 실제 파업에 들어간 적은 별로 없었다. 노조측이 시내버스업의 공공성을 충분히 이해한 결과였다고 본다.
그런데 하필 올해엔 파업을 실제 단행했다. 지금 나라 경제는 위기국면에 빠져있다. 노사가 협력해서 위기를 돌파해야 할 시점이다. 다른 산업현장에서 그런 인식이 퍼져가고 있다. 공공성이 큰 버스업체가 파업에 앞장서는 것은 사회분위기에 맞지 않는다. 아무리 버스업체의 근로조건이 열악하더라도 물가와 가계에 부담을 주는 요금인상 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해서는 안된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한다.
더욱이 이 파업은 두가지 점에서 명백히 부당하다. 첫째는 조정전치주의를 위반한 불법파업이라는 점이다. 개정 노동법은 파업에 앞서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15일간의 조정기간이 경과한 뒤 파업에 들어가야 함에도 이를 어긴 것이다.
둘째는 지난해 서울시가 버스요금을 17.6% 올렸는데 서울시 공무원들이 업체와 결탁해 부당하게 올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영적자를 보전한다는 이유로 요금을 올려줬는데 실제로는 적자액을 과다계상했고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의혹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서울시 공무원들이 구속되기까지 했다. 당시 버스요금을 내려야한다고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서울시 버스요금 검증위원회는 26일 작년의 요금인상률은 버스업체의 95년도 적자액 9백억원을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최소 3.07%포인트 만큼 과다인상된 것이라고 밝혔다. 부당 인상된 요금은 이제라도 시민들에게 반환돼야한다.
이같은 부당요금인상 문제가 처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노조가 임금 15.7%, 상여금 50%이상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것은 일의 선후가 바뀐 것으로 시민의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다.
버스업계의 경영부실을 언제까지 요금인상으로 해결해야 하는가. 일부 적자업체들이 면허반납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데 당국은 그런 업체들의 면허를 반납받아 공개매각을 해서라도 버스업계의 고질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리라고 본다. MBC의 「이경규가 간다」 프로그램을 보면 정지선을 안 지키는 차량으로 시내버스가 으뜸이었다. 시내버스업계는 크게 개혁돼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