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 고용허가제(논쟁)

최근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동부와 중소업계는 물론, 정부 부처간, 그리고 경제5단체와 시민단체간 논쟁이 첨예화되고 있다. 노동부를 축으로 한 고용허가제 도입 찬성론자들은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외국인력 관리는 물론, 인권보호, 반한감정의 불식등을 위해 고용허가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소업계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돼도 인건비 상승의 부담만 가중될 뿐 인권보호나 불법체류자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보다는 현행 산업연수제도를 보완,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허가제 도입을 통해 그동안 왜곡되고 임시방편적이었던 외국인력 정책을 한단계 선진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도입 찬성논과 수요자의 현실을 외면한 채 명분만 앞세운 제도의 도입은 실효성의 저하는 물론 오히려 부작용만 파생시킬 것이라는 도입 반대논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장을 마련, 고용허가제 도입을 둘러싼 논쟁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편집자주>◎찬성/불법취업따른 사회문제 해소/생산성고려 임금지급 기업부담 안늘어/“1년단위 고용계약갱신” 파업예방가능/인력수급관리 체계화·차별대우 시정도/김장호 숙명여대 교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경제정책 및 법제의 기본방향은 경쟁적 시장기구의 순기능을 극대화시키는데 모아져야 한다. 즉 시장실패의 가능성을 최대한 억제하는데 정책의 주안점이 주어져야 한다. 시장실패에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으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개별 경제주체들에 의한 시장거래로 인한 사적 편익과 사회적 편익의 격차, 즉 외부성의 존재이다. 이러한 외부성을 내부화하기 위해서 정부의 정책 개입과 제도 도입의 근거가 주어진다. 시장실패의 가능성과 성격은 구체적인 시장에 따라 다르다. 특히 노동시장은 그 특성상 시장실패의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적극적인 인력수급대책과 각종 근로자보호제도는 노동시장의 외부성을 내부화해 노동시장의 효율성과 배분적 정의를 제고시키는데 주목적이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도 우리 노동시장의 시장실패를 치유하기 위한 제도의 일환이라는 시각에서 공과가 평가돼야 한다. 80년대 말을 전환점으로 우리나라는 심한 인력부족양상을 보이고 있는 3D업종을 중심으로 동남아 출신의 외국인력이 집중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런 유입추세는 격심한 임금격차의 존재와 교통수단의 발달로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외국인 인력정책은 임시방편적이고 전체적인 인력수급정책과의 연계성 없이 방치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전문기술직종에 대해서는 취업허가제를 적용하지 않고, 단순·미숙련 기능인력의 유입은 금지하되 산업연수라는 명분으로 도입,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산업현장에 있는 노동력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첫째는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온 경우이고, 둘째는 관광 등의 목적으로 입국해 불법 취업한 경우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입국한 연수생들도 수당이 불법취업자 임금보다 턱없이 낮기 때문에 무단 이탈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는 25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단순인력이 취업하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불법취업자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인력수급의 왜곡과 인권유린, 차별대우, 산재 등 각종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고용허가제 도입은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는데 주 목적이 있다. 우선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노동시장의 시장실패 요인을 제도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 외국인력을 사용하고 있는 개별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상당한 정도 이익을 보아 왔다. 그러나 기존방식의 외국인력 도입은 사회 전체에 의료 및 주택, 각종 범죄, 국제사회에서의 평판의 저하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외부성 부분을 수익자 부담원칙에 부합하도록 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시장의 효율성 측면에서 필요하다. 특히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주요내용인 고용분담금제는 외국인력의 사용에 따른 개별기업의 편익과 사회적 편익의 격차를 완화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때 현재의 외국인 노동자대책은 기능적 인력수급의 왜곡에 일조를 한 면이 없지 않다. 정부의 인력수급정책은 가용잠재인력의 활용과 함께 산업구조조정을 올바르게 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외국인 노동자대책은 기업의 노동공급 애로를 공급측면에서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저임금 외국인 사용은 촉진됐으나 기혼여성 등의 잠재유휴노동력의 노동참여를 억제시키고, 고기술·고부가가치로의 업종전환 및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노동시장의 활력을 약화시키는 작용을 해왔다.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정부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외국인 노동력 관리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인력수급대책을 강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고용분담금 부과제도를 도입하면 외국인 인력수요를 보다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고용허가제 도입이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대폭 인상시켜 기업부담이 크게 증대할 것이라는 재계의 주장은 현재 내·외국인간에 상당한 생산성 격차가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할때 설득력이 크지 않다. 또 고용분담금제도 운영의 묘를 살릴 경우 기업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행의 산업연수생제가 과연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비판의 소리가 높다. 더욱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완전한 노동3권의 보장은 그 가능성이 희박하며 설령 보장된다 해도 1년 단위로 고용계약이 갱신되는 상황에서 강력한 외국인 노조의 결성은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추진중인 고용허가제는 그동안 왜곡되고 임시방편적인 외국인 노동력 정책을 한 단계 선진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사회적인 문제의 해소 뿐 아니라 경제의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는 제도다. 해당 이해당사자들은 아전인수격으로 이 제도의 공과를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약력 ▲52년 경남생 ▲고려대 경제학과 ▲미 노스웨스턴대 경제학박사 ▲KDI연구원 ◎반대/수요넘쳐 부작용은 여전하다/고용분담금 부과로 비용상승은 불가피/노동3권 부여땐 노사분규 확대 새 쟁점/인권보호 장치 산업연수생제로도 충분/이원택 기협 상근부회장 어떤 제도나 행정도 명분만 내세운 채 수요자의 현실을 도외시할 경우 실효성이 낮아지고, 오히려 부작용만 파생시킬 우려가 있다. 최근 노동부와 중소업계간 첨예한 마찰을 벌이고 있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이하 고용허가제)의 법제화 추진이 바로 그런 유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노동부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불법취업자가 없어지고, 인권문제가 불식되며, 기업의 부담은 결코 늘어나지 않으면서도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외국인력 도입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동부의 주장은 사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첫번째, 노동부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불법취업 유인이 제거되고, 이를 단속할 명분도 생겨 불법취업자를 근절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가 실시돼도 외국인의 도입 총량은 규제될 수 밖에 없는 만큼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것은 자명하며,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 불법취업자는 생기게 마련인 것이다. 실제 대만의 경우 고용허가제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최근 불법취업자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불법취업자는 현행 외국인산업연수제도 시행이전에도 있었으며, 이들의 84%가 관광이나 친지방문을 빌미로 입국,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고용허가제를 도입해야 불법취업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특이할 점은 현재 약 13명만에 달하는 불법취업자중 산업연수생은 2만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불법체류자 단속과 관련한 현행제도를 개선,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가진 경찰과 연계할 경우 불법체류자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지난 95년말 기협중앙회가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력히 건의했으나 수용시설의 부족 등 여건불비로 유보된 바 있는데, 노동부가 단속권을 갖는다고 해서 불법취업자 문제가 치유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고용허가제가 실시돼도 인건비 등 기업부담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노동부의 강변은 설득력이 없다. 노동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현재 업체들이 부담하고 있는 연수관리비 등을 폐지하는 대신, 고용분담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더욱이 이 기금으로 중소기업의 고용환경 개선은 물론 구조조정까지 지원한다고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 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셋째, 고용허가제가 도입돼야 인권을 보장받고, 노동시장에서 받는 불공정대우를 시정할 수 있다는 주장도 논리에 맞지 않는다. 현행 산업연수제도 아래서도 연수생 임금수준이 국내 근로자의 80%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자국임금 수준의 12∼20배에 해당되는 것이다. 또한 임금체불을 감안, 기협중앙회는 올 6월중 보증보험가입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미 의료보험과 산업재해보험에 가입, 외국인연수생도 국내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복지혜택을 받고 있다. 다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적용받지 못해 노동3권만 보장받지 못할 뿐이다. 노동부는 고용허가제가 실시돼도 임금은 기업별로 생산성 범위내에서 지급하고 단체행동도 제한할 방침이라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현행 제도보다 대우면에서 크게 나아질 게 없다. 만약 노동 3권을 부여할 경우 노사분규 확대 등 새로운 노사쟁점으로 부상될 수 있으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제적인 인권시비는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넷째,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면서 국제노동기구(ILO)이사국인 만큼 이에 걸맞게 고용허가제를 도입해야 해야 한다는 논리도 어불성설이다. 현행 산업연수제도 자체가 비인권적인 제도가 아니며, 선진국조차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해 적절한 장벽을 설치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외국인근로자 정책은 우리와 같은 산업기술연수생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불법체류자가 1백만명 내외로 추산되고 있음에도 정작 고용허가제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가 서둘러야 할 일은 외국인력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의 해결이지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아니다. 고용허가제 도입도 이같은 점에서 시간을 갖고 예상되는 문제점과 파급효과를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수요자인 중소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시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약력 ▲35년 경북 달성생 ▲서울대 법학과 ▲서울시 부시장 ▲기협중앙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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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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