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김용범 국장 1급 합류 땐 5개 중 3자리 '동기동창'
이병래 前국장도 승진 유력
●금감원
박세춘 부원장 승진 이어 부원장보에 양현근·김영기
학벌보다 능력 인사 앞세워
새해 들어 관가에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금융 정책과 감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대비되는 고위직 인사로 눈길을 끌고 있다.
금융위 인사에서는 서울대 출신이 중용되면서 역시 '엘리트 집단'이라는 말이 나온다. 반면 금감원은 지난해 말 부원장 3명을 전원 지방대 출신으로 뽑은 데 이어 16일 단행된 부원장보 승진 후보자 내정 발표에서도 양현근 기획조정국장(광주상고), 김영기 감독총괄국장(안동상고) 등 2명의 상고 출신을 발탁했다. 이들 외에 부원장보 승진 후보자는 권순찬 기획검사국장, 이상구 총무국장, 조두영 특별조사국장, 박희춘 회계감독1국장 등인데 유임된 김수일 부원장보, 이은태 부원장보, 오순명 소비자보호처장 등 3명을 제외하면 한 6명의 부원장보가 바뀌게 됐다. 이들이 임원에 최종 선임되면 9명 부원장보 가운데 2명(22%)이 상고 출신인 셈이다.
금융위에서는 김용범 금융정책국장(행시 30회)이 최근 1급인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후보로 청와대 인사검증 절차를 밟으면서 '서울대 경제학과 81학번들'이 뜨는 상황이다.
고승범 사무처장(행시 28회), 정지원 상임위원(27회)에 이어 김 국장까지 합류할 경우 금융위 1급 5개 자리(사무처장·3개 상임위원·금융정보분석원장) 중 3자리를 서울대 경제학과 81학번들이 꿰차게 된다. 여기에 서울대 81학번으로 과(무역)만 다른 이병래 전 금융서비스국장(32회)도 연수 후 '본대 귀환'을 앞두고 1급 승진 가능성이 엿보인다.
관가에서는 오는 5월 공석이 되는 예금보험공사 사장 자리에 금융위 1급 중 1명이 오르게 되면 비게 되는 1급 자리에 이병래 전 국장이 옮기는 시나리오와 새로 생기는 홍콩 총영사 자리에 유광열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이 가고 이 전 국장이 수석위원으로 옮기는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한마디로 서울대 81학번의 전성기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금융위에서는 이들의 행보와 관련한 말들이 벌써부터 심심찮게 나온다. 관피아 논란에 따른 취업 제한 등으로 다시 선의의 경쟁이 있을 것이라는 게 요지다. 과장급 간부는 "조직 입장에서는 합리적이고 콘텐츠도 탄탄한 선배들이라 모두 좋다"며 "예보 사장 자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수요와 맞물려 주요 보직이 비게 되면 동기 간 경합이 불가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수재들의 집단인 금융감독원에서는 상고(商高) 출신들이 잘나가고 있다. '금융권 상고 시대는 끝물'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금감원만큼은 여전히 봄날이라는 표현이 별로 어색하지 않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부원장 인사에서 3명 가운데 대구중앙상고를 거쳐 영남대를 나온 박세춘 부원장보를 승진시킨 데 이어 후속 부원장보 인사에서도 2명(양현근·김영기 국장)의 상고 출신을 중용했다. 상고 중에서도 비주류 격인 중앙상고·안동상고 출신이 발탁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일부 연차가 높은 상고 출신 국장들이 이번에 연구위원으로 빠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감원 내에서 상고 출신의 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기본적으로 지난 1999년 금감원 통합 전 한국은행 산하 은행감독원에 우수한 상고 졸업생이 많이 들어갔고 주로 감독 업무에 집중 배치됐기 때문이다.
한 금융계 고위인사는 "한국은행이 1980년대 초반 대졸을 1년에 100명 넘게 뽑았는데 그 여파로 4~5년간 대졸 출신을 3분의1로 줄였다"며 "대졸 수급에 실패한 셈인데 대졸자보다 4~5년 입행이 빨랐던 상고 출신자들이 이 빈틈을 비집고 능력을 발휘한 결과"라고 말했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고졸 검정고시 출신 진웅섭 원장의 후속 임원인사를 두고 '학벌보다는 능력 위주 인사' '인력 구조적 원인도 있지만 균형감 필요' 등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