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열리는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분 24.43%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가운데 '개미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한 삼성물산의 총력전이 이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물산 합병이 소액주주의 수익률에도 분명한 이익이 된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양사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가 탄생하는데다 회사 자체만 떼어놓고 봐도 합병에 따른 시너지로 장기 성장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논리가 투영되면서 삼성물산에 의결권을 넘기는 소액주주의 숫자도 늘고 있다. 삼성물산이 13일 국내 일간지 1면에 광고를 내며 지원을 호소하자 삼성물산의 합병 의결권 위임 관련 대표전화(02-2145-2000)로 걸려오는 개인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이날 평소의 2배 수준을 넘었다. 이 중 90% 이상은 의결권을 위임하겠다는 전화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소액주주들이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음에도 엘리엇 측은 '헌법재판소'까지 거론하면서 압력을 가하고 나섰다. 법률대리인인 넥서스 관계자는 이날 열린 항고심 재판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병안이 통과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작 이날 재판에서 항고심 재판부가 엘리엇 측에 "이번 합병이 대주주 일가만을 위한 결정이라는 증거가 있느냐"고 질문하자 "제출된 것 외에는 없다"고 답변하는 등 허술함을 드러냈다.
① 바이오 분야 등 신성장동력 시너지… 주가 장기적 상승세 가능
당장 합병으로 장기 신성장동력이 확보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주주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인이다. 합병 찬성 쪽으로 기운 소액주주 대부분은 통합 물산의 자회사가 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바이오사업을 미래신수종 사업으로 직접 점찍은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쪽으로 그룹의 무게 중심이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글로벌 바이오기업과 10년 이상의 장기공급계약을 맺었고 합병에 따라 플랜트 디자인·건설 역량을 보유해 경비절감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며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에서 2020년 글로벌 1위 업체로 도약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건설업만으로는 기업 성장에 정체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주주들이 많다"고 밝혔다.
② 합병무산 땐 주가 급락 불가피
양사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소액주주를 설득하는 주요 근거다. 합병 반대 보고서를 낸 ISS조차도 "합병이 무산되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22.6%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대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합병이 무산되면 지배구조 테마주라는 기대감이 사라져 두 회사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건설시장 축소에 따라 삼성물산의 수주액이 줄고 자연히 실적도 악화할 것으로 봤다. 삼성물산 합병 무산에 따라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암초를 만나면서 삼성그룹 주가 전반이 흔들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③ 성사 안되면 국익에도 악영향
이와 더불어 합병 무산은 개인의 이익을 넘어 국익(國益)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삼성의 간절한 호소다. 합병이 무산되면 헤지펀드의 국내 기업 공격이 이어지고 경기도 위축돼 장기적으로 소액주주들의 손익계산에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수익을 통한 투자가 국익을 해칠 수도 있다"며 "국가 경제가 활성화돼야 국내 투자자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여지도 많아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④ 합병회사 배당성향 크게 늘어
삼성물산은 합병 회사가 △거버넌스 위원회 설치 △배당 성향 확대 등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 또한 소액주주를 상대로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통상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경영이 투명해지면 소액주주의 수익률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합병이 실패할 경우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삼성전자 주식 현물배당 등을 요구해 일거에 보유자금이 회사를 빠져나가면서 회사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도 경고하고 있다.
⑤ 주가 흐름도 합병성사쪽으로
이날 종가기준 주가가 제일모직 18만2,500원, 삼성물산 6만5,000원으로 양사가 제시한 합병비율(0.35대1)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온 점도 소액주주가 주가 분석에 고려해야 할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저평가돼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주가 흐름은 삼성이 책정한 합병비율과 비슷하게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일모직의 성장성, 시장 주체들의 판단이 집약된 지표가 주가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합병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