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우주강국의 꿈, 아시아발 달 탐사 레이스] <하> 한국형 달 탐사 프로그램

2020년 달착륙선 발사 예정대로… 예산지원·산학연 협력이 관건

우리나라는 오는 2018년 시험용 궤도선을 달에 보내고 2020년 자력으로 개발한 한국형 달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한국형 달 탐사선 조감도.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년 예산 410억 삭감

사업 차질 우려 크지만 출연연 자체예산 등으로 탐사선 본체 설계 주력


심우주 통신 네트워크는 미·일과 국제협력 가닥

분산된 연구 역량 집중… 정부가 '협업체제' 앞장을


최근 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제2차 달 탐사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이 경쟁에서 밀리면 우주 강국들과의 기술격차에 따른 국제협력 기회 상실로 이어져 우주 탐사라는 무대에서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우리 정부도 오는 2017년 달 궤도선, 2020년 달 착륙선의 독자 발사를 골자로 한 한국형 달 탐사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그리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한 15개 정부 출연 연구원과 대학들이 선행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달 초 국회의 내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달 탐사 예산이 전액 삭감되며 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0년 달 착륙선 발사 고수하기로=당초 상정된 내년도 달 탐사 예산은 총 410억8,000만원이다. 달 탐사선 본체와 시스템 개발에 214억8,000만원, 달 궤도선·착륙선·과학탑재체 개발에 77억원, 우주인터넷·원자력전지·로버 개발에 59억원이 배정됐었다. 또 발사체 상단과 심우주 통신 지상국 개발비로 각각 37억원, 23억원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예산 삭감으로 이 모든 분야의 연구개발(R&D)에 크고 작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래창조과학부가 2020년으로 예정된 달 착륙선 발사 일정을 유지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이달 12일 국가우주위원회 산하 우주개발진흥 실무위원회에서 후속대책을 논의했으며 내년 4~5월께 열릴 국가우주위원회의 정식 안건으로 다뤄 세부일정을 조정할 방침이다.

김대기 미래부 우주정책과장은 "현 상황에 맞춰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고자 기존 로드맵을 심도 깊게 검토 중"이라며 "1단계 궤도선 발사는 1년 정도 늦춰지겠지만 최종 착륙선 발사는 순연 없이 이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래부는 관련 예산이 정상반영될 2016년 이전까지 항우연의 달 탐사 연구사업과 출연연 공동연구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을 생각이다. 두 사업에 할당된 출연연들의 자체예산 약 77억원을 투입, 내년 1년간 달 탐사선 본체와 시스템 설계에 주력함으로써 일정 지연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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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민제 KAIST 항공우주공학전공 교수는 "한국형 달 탐사 프로그램이 가진 유무형의 가치를 고려할 때 정치논리에 의한 예산 전액 삭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출연연 고유사업비와 미래부의 우주핵심기술개발사업 예산 등 가용자금을 적극 활용하면 2020년 달 착륙선 발사는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학연 협업연구 강화해야=한국형 달 탐사 프로그램은 크게 2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의 국제협력을 통해 심우주 통신용 지상국을 구축하고 시험용 달 궤도선을 제작·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주지하다시피 완료 시점은 2018년이 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2단계로 2020년까지 달 궤도선과 착륙선 개발을 마치고 한국형 발사체(KSLV-Ⅱ)로 자력 발사할 계획이다.

조광래 항우연 원장은 "발사체부터 심우주 통신까지 우주공간에서의 활동영역 확장을 위한 핵심 탐사기술 확보를 지향하고 있다"며 "달 탐사에 성공한 뒤 화성과 소행성·심우주로 탐사영역을 확장해나간다는 게 미래부와 항우연의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항우연은 '달 탐사 출연연 협력협의회' 참여기관들과 함께 1단계와 2단계 사업에 필요한 기술들을 분류하고 있다.

주광혁 항우연 달탐사연구실장은 "탐사선 본체와 탑재체·지상국·탐사로버는 국내 산학연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항법유도제어, 추진 시스템, 심우주 통신 네트워크 등은 국제협력의 힘을 빌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특히 KAIST·서울대·연세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시험용 궤도선 유도항법제어기술과 착륙기술 연구를 수행 중인데 좋은 협업연구 사례로 정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미래부 계획에 따르면 올해까지 7톤급 액체엔진, 2018년까지 75톤급 로켓엔진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2019년부터 75톤급 엔진 4기를 하나로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개발, 최종적으로 2회의 발사를 시도하게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달 탐사를 포함한 국내 우주 탐사 프로그램의 최대 걸림돌로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의 취약성을 꼽는다. 그렇기 때문에 남은 기간 연구기관은 물론 학계 및 산업계의 체질 강화와 유기적 네트워킹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탁 교수는 "학계의 경우 우주핵심기술개발사업과 국가우주연구실 지정사업 등에 힘입어 200여명의 대학 교수들이 달 탐사 선행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반면 산업계는 우주항공 분야의 불확실성 때문에 선제적 투자가 쉽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세진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도 "달 탐사 기반기술 연구는 지난 5년간 학계와 산업체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져왔다"며 "분산돼 있는 역량이 응집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산학연 융합연구의 토대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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