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행장에 오른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취임 초기부터 확실한 경영색깔을 드러내 과거 외부출신 행장들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4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조 행장은 지난달 28일 취임 직후부터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경영을 강조하며 체질개선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조 행장은 우선 50여 개에 달했던 예ㆍ적금 등 상품들 중 잘 팔리지 않아 이름만 남아있는 ‘좀비 상품’들을 과감히 없애고 인기 있는 상품들 20여개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고객들에게 외면 당하는 상품을 억지로 팔기 보다 제대로 된 상품을 골라내 영업력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상품 수가 줄어들면 해당 상품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도도 높아져 보다 충실한 상담과 추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 행장은 또 상품개발팀에 “상품 숫자에 신경 쓰지 말고 제대로 된 히트상품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주문했다. 우수한 상품을 개발한 임직원에게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부실한 상품을 개발하면 오히려 벌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과거 외부에서 영입된 행장들이 업무보고를 받는 데만 1~2달을 보냈던 것과 달리 조 행장이 취임 직후부터 세세한 경영까지 신경을 쓰는 것은 그가 내부출신 CEO이기 때문이다. 조 행장은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30년간 근무하며 조직의 장단점을 피부로 체험한데다, 2007년 말부터 3년간 수석부행장(전무)에 재직하면서 모든 업무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조 행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후배들이 신나게 일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은행을 만들겠다’고 강조한다”며 “기업은행의 장단점은 물론, 개선방향에 대한 계획까지 이미 세우고 있어 취임 초기부터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