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양적 성장에 매달려온 ETF시장에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파생상품 위주의 ETF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유사 상품이 경쟁적으로 등장하면서 투자자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최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초 투자자들이 ETF에 보다 정확히 접근할 수 있도록 ETF 분류를 체계화하고 정보공시도 강화했다. 이에 따라 ETF 분류를 세분화하고 유사 종목 간 비교가 용이하도록 정보 서비스를 개선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ODEX200, TIGER200, KINDEX200, KOSEF200을 같은 공간에 묶어 가격, 운용보수, 과거 추적 오차율, 배당금을 동시에 공시, 투자자들이 비교해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상호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증권상품시장부 상품관리팀장은 "국제증권관리위원회(IOSCO)의 ETF 규제원칙에서 힌트를 얻어 분류 체계화 및 공시 강화를 기획하게 됐다"며 "언론사들의 협조를 구해 비교공시가 가능한 형태로 ETF 종목 동향을 투자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레버리지ETF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도 시행된다. 거래소는 당분간 파생형ETF 상장을 제한하고 이달 중 ETF 상장개정 작업을 벌여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자설명 의무 등을 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부터 실시한 레버리지ETF에 대한 신용융자와 미수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도 유지하기로 했다.
ETF 신규 상장 및 퇴출조건도 강화된다. 이를 위해 금융위와 거래소는 상장 가이드라인을 개정, 독창성과 투자자 보호를 상장기준에 추가해 유사 ETF 난립을 방지할 예정이다. 또 상장요건을 현재 50억원에서 70억원으로 늘리고 자산규모와 거래대금이 일정 기준 이하인 자투리 ETF를 퇴출시킬 방침이다.
김정각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기존 상품과 차별성이 없는 ETF들이 상장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소규모 ETF가 많아지면 적정가격으로 ETF를 매매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서 매매할 수 있도록 자투리 ETF를 퇴출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금융당국은 ETF 개별종목에 대한 서킷브레이크 도입도 모색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ETF시장이 한층 더 성장하려면 상품 다양화와 투자자 보호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과장은 " 파생 ETF 일변도에서 벗어나 합성 ETF 등 창의적인 ETF가 많이 만들어져 투자자들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보다 정교한 투자자 보호제도를 만들어 ETF가 건전한 투자상품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