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주말이 두려운 학부모들

"주말이 돌아오는 것 자체가 이제는 공포가 돼버렸습니다."

주 5일 수업제가 처음으로 적용된 지난 3일 맞벌이를 하고 있다는 한 학부모의 탄식이다.


새 학기를 맞아 주 5일제가 시행됐지만 턱없이 부족한 홍보에 그나마 마련된 토요 프로그램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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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주 토요일 전국 초ㆍ중ㆍ고교생 700만명 중 61만8,251명만이 학교에 나왔다. 토요 돌봄교실과 방과 후 학교, 토요 스포츠데이를 다 합쳐도 참여율은 8.8%에 불과했다. 결국 나머지 638만명의 학생들은 사설 학원이나 PC방 등으로 전전했다는 얘기다.

그나마 학원이라도 보낼 처지에 있는 이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나머지 저소득층이나 맞벌이로 주말을 자녀와 함께 보낼 수 없는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방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처지의 학부모들은 주말이 돌아오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매번 직장에 휴가를 내기 어려운 데다 자칫 자녀들이 나쁜 길로 빠질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주말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는 교사 충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교육업체들은 주 5일제 시행에 대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홍보한다. 즉 정부의 부실한 대책에 학부모는 매주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고 사교육 시장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교과부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 기존 프로그램들을 보완하고 새로 마련해 시행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하다. 말 그대로라면 91.2%의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 자체가 말이 안 될뿐더러 프로그램을 보완하면 된다는 식의 정책이라면 그동안 교과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최근 정부는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내놓고 대대적인 교육과 홍보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주말마다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이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상식 중 상식이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거나 학생과 교사ㆍ학부모들의 교육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폭력 대책을 포함해 교육 정책은 교육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나가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과부 공무원들도 분명 자녀를 둔 학부모일 것이다. 하루빨리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공포의 주말'을 '재미있는 희망의 주말'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권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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