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인간 존엄성 무너 뜨리는 인육캡슐


지난해 4월 국내를 떠들썩하게 한 오원춘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대법원은 20대 여성을 납치ㆍ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한 오원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오원춘 사건은 특히 인육을 노린 살인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컸고 이 과정에서 인육캡슐과 인육환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해 관세청이 지난 2011년 8월부터 약 1년간 휴대품과 국제우편에서 28,864정의 인육캡슐을 적발했으며 인육캡슐이 자양강장제 등으로 위장 밀반입돼 국내에서 유통ㆍ판매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실제 단속망을 벗어나 시중에 떠도는 인육캡슐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국내의 한 재래시장에서 조선족에 의해 인육환 형태로 유통되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인육캡슐ㆍ인육환을 제조ㆍ유통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끔찍한 반인륜적 범죄일 뿐 아니라 인체에 치명적 위해를 가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보건당국은 인육캡슐에서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 등 인체에 유해한 여러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동족이 죽으면 시체를 나눠 먹는 풍습이 있는 파푸아뉴기니의 포어족 사이에선 발병 후 1년 내 사망하는 '쿠루병'이 창궐하기도 했다.


효를 중시하는 우리나라는 지금도 종종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위해 기꺼이 간이나 신장을 떼주는 가슴 뭉클한 뉴스가 지면을 장식하곤 한다. 인본주의의 전통 속에 생명을 고귀하게 여겨온 대한민국에서 인육캡슐 유통과 같은 극악무도한 범죄는 결코 설 자리를 찾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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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확실한 방법은 관세청이 통관 단계에서 밀반입을 철저히 단속하고 관계 기관과 공조하여 이를 물 샐 틈 없이 차단하는 것이다. 지난해 국감 이후 관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실무협의회를 통해 정보 공유 및 협조를 강화하기로 했지만 현행법상 이를 처벌하는 법적 규정이 미비해 한계를 보이고 있다.

실제 관세청이 최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육캡슐의 반입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반인륜적 범죄를 완전 소탕하려면 밀수입자들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관세법이나 출입국관리법이 강화돼야 한다. 인육캡슐이나 인육환 밀반입자를 엄중 처벌하고 국내 유통을 방지할 수 있는 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더 이상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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