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에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망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8일 이례적으로 「위안화 절하에 따른 영향」이라는 공식보고서를 내며 위안화 절하 가능성을 경고했다. OECD 등 국제 경제기구들은 그동안 위안화 절하문제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공개보고서를 내는 것을 극히 꺼려왔다.
따라서 OECD의 이번 보고서는 위안화가 언제, 어느 선까지 절하될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절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경고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위안화가 절하되면 경쟁국 통화가 잇따라 평가절하되고, 특히 홍콩의 환율 시스템은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중국은 그동안 위안화 안정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고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수입정책을 강화하고, 외환이탈을 방지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제는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무역수지 전선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달 중국의 수출액은 148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3%나 줄었다. 반면 수입은 138억4,000만달러로 19%나 증가했다.
1~4월 수출도 520억3,000만달러로 7.8% 감소한데 반해 수입은 468억2,000만달러로 14% 증가했다. 이로 인해 무역수지 흑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0.3% 줄어든 52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악화로 중국이 올해 하반기나 아니면 내년 1월께는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외국기업들의 움직임에서도 위안화 절하의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상당수 외국기업들은 이미 중국의 위안화 절하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현재 위안화 절하에 대응, 어떻게 위험을 분산시킬 것이가를 최대 현안으로 삼고 있으며, 중국투자도 연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OECD는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해도 OECD의 29개 회원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안화가 20% 절하할 경우 OECD 회원국들의 내년 평균 성장률은 단지 0.1%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는 상황이 다르다. OECD는 이와관련, 위안화가 20% 가량 절하될 경우 일본은 2001년의 국내총생산(GDP)이 0.8% 감소하는 등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수출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으면서 동반 평가절하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일부 전문가들이 『아시아 국가 경제는 최근 8개월 동안 상당한 정도로 힘을 키워 위안화 절하의 폭풍을 이겨낼 정도로 강건해졌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위안화 절하는 여전히 아시아 국가의 경제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최대의 복병임에 틀림없다. /이용택 기자 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