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는 중국 화룬완자(뱅가드)와 한국 상품 공급을 위한 업무협력을 맺었다고 1일 밝혔다. 국영기업인 화룬완자는 중국 현지에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쇼핑몰 등 4,1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최대 유통업체다.
홈플러스는 올 상반기부터 화룬완자에 자체브랜드(PB) 상품을 150여개 품목, 100만달러 규모로 공급한다. 중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김, 과자, 음료, 소스, 유아용품 등을 판매하며 국제제과, 청우식품 등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롯데칠성, 크라운, 보령메디앙스 등 48개 협력사가 참여한다. 가격이 저렴한 PB 상품을 우선적으로 선보여 현지에서 상품 경쟁력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국내 유통업체들은 중국시장 진출을 목표로 현지 유통기업과 꾸준히 접촉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외국 유통업체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막강한 데다 대다수가 지분 투자를 조건으로 내걸어 현실적인 장벽이 높았다.
홈플러스가 화룬완자와 손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가 사실상 중국시장에서 철수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테스코는 지난해 5월 화룬완자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중국법인 지분 80%를 화룬완자에 매각했다. 당초 테스코는 화룬완자에 홈플러스를 매각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했지만 분식회계 논란과 경영진 교체 등의 악재가 불거지자 일단 홈플러스를 중국에 진출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도 화룬완자 임직원을 수시로 초청하며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화룬완자 관계자들은 홈플러스 물류센터와 PB 상품 생산공장을 둘러본 뒤 한국 제품의 품질 경쟁력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홈플러스 임직원 세미나에 화룬완자 고위 임원을 초청하기도 했다.
홈플러스와 화룬완자의 제휴로 중국시장에서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더욱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한때 점포를 27개까지 늘렸지만 현재 10개만 남아 철수 시기만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2010년부터 누적된 순손실은 3,500억원에 이른다. 롯데마트도 2008년 중국시장을 두드린 후 10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