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싸이와 슘페터


재능을 떠나 싸이보다 노래와 춤을 잘하는 가수는 많다. 그럼에도 그는 지구촌을 흔들고 있다. 아시아계가 세계 대중음악을 일거에 점령한 것도 처음인 듯하다.

싸이는 다른 방법으로 세계를 점령했다. 처음부터 유튜브와 무선 인터넷이라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통용되는 매체에 집중했다. 어려운 현실을 접어두고 잠시 놀아보자는 것이 강남스타일의 메시지다. 공략 대상은 4년째 지속되는 글로벌 위기에 찌든 평범한 대중에 맞췄다. 전자악기의 강한 베이스 음을 기반으로 반복적이면서 익살스러운 가사는 중독성을 높인다.


싸이의 성공은 유튜브와 스마트폰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달리 연령과 계층을 초월하도록 가사를 쉽게 만든 것도 효과를 봤다. 그가 음반 판매나 기획된 공연에만 의존했다면 견고한 구미 대중음악계를 공략하지 못했을 것이다.

관련기사



경제학자 슘페터는 자본주의 원동력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창조적 파괴라고 말했다. 역사의 발전은 새로운 문화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국가ㆍ기업ㆍ개인 모두가 창조적이고 혁신적일 때만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항상 창조적 파괴를 해도 성공이 어렵다.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싸이의 소속사인 YG나 선발자였던 SM은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혁신적 가치를 추구했다. 이 결과 K팝과 싸이가 출현했다. 즉 창조적 파괴를 상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점진적인 개선과 진보보단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해법을 찾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기존 휴대폰과 PC를 결합시킨 파괴적 혁신의 결과물이다. 기존 휴대폰과 PC를 창의적으로 결합시켜 완전히 새로운 스마트폰을 만들어냈다. 싸이도 역시 존재하는 유튜브와 스마폰을 창의적으로 활용했다.

글로벌 위기로 한국의 대기업 중 몇몇은 세계 최고 기업이 됐다. 그러나 1등은 모방이 아닌 지속적 혁신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는 향후 싸이의 과제이기도 하다. 현재의 글로벌 위기 탈출 해법도 한국이 파괴적 혁신 문화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해법이다. 혁신의 창으로 세계를 보면 단순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