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중 정상회담] 딤섬본드 발행·위안화 상품 개발 등 홍콩식 후속조치 있어야

■ 실제 '위안화 허브' 로 가려면

시장만 연다고 돈 안모여 수익 보장할 당근 없으면 투기자금 놀이터 될수도

국내 조달된 위안화자금 中 환류투자 허용도 대안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등에 합의하면서 우리나라는 비중화권 아시아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위안화 금융거래 중심지(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시 주석이 우리나라에 대해 800억위안에 달하는 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한도를 부여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큰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단순히 시장만 열린다고 장사가 되는 게 아니듯 위안화 자본이 실제로 금융거래와 실물투자로 이어지게 하려면 양국이 관련 규제를 추가로 푸는 2단계, 3단계 후속조치에 시급히 합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금융정책 당국과 금융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이번 정상합의를 계기로 성공적인 위안화 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후속조치로 성공한 홍콩식 모델을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은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위안화 청산결제은행 지정 등의 성과를 이끌어낸 후에도 중국 정부를 설득해 본토 기업이 역외인 홍콩에서도 채권·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규제 완화를 이끌어냈다. 이른바 홍콩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표시 증권인 '딤섬본드' '딤섬펀드'의 탄생이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역외 위안화 금융 허브에서 자본을 조달하려는 주체는 대부분 본토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거나 조달하려는 중국 본토 기업들"이라며 "따라서 홍콩에서와 같이 중국 본토 기업들이 한국에서도 채권 등을 발행할 수 있도록 중국이 관련 법제 완화를 해줘야만 우리나라가 위안화 금융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위안화거래 인프라(직거래시장·청산결제은행)와 자본조달 수요자(중국 본토 기업 진입)를 확보했다고 위안화 허브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한 금융감독 당국자는 "한국에서 위안화를 빌리거나 조달한 기업, 투자자가 이를 통해 수익을 내거나 투자위험을 회피(헤징)할 수 있는 수단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바로 위안화 표시 금융상품시장의 활성화다. 위안화 표시 증권을 기반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나 보험상품, 위안화 기반 외환 선물·현물 상품 등 다양한 금융 아이템들이 한국 시장에서 출시되고 활발히 매매돼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생경한 위안화 표시 금융상품이 개발되고 시장에 안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그 전까지는 국내에서 조달된 위안화 자금을 가지고 투자자나 기업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중국 본토 등으로 환류투자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도 대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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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중 정상 간 합의로 우리나라는 홍콩 모델 중 1단계인 위안화 직거래시장 및 청산결제은행 발족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아울러 3단계 중 중국 본토로의 환류투자 채널 문제 역시 한국에 대한 중국의 800억위안 규모의 QFII 한도 부여 방침으로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은 과제는 2단계인 중국 본토 기업들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직접 자본을 조달할 수 있도록 양국 금융 당국 등이 규제를 푸는 일이다. 이른바 한국판 딤섬펀드·딤섬본드 허용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금융 당국 등의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3단계의 완성을 위해 우리 금융 당국과 민간 금융사들이 위안화 기반 금융상품 개발 및 거래 인프라 확충에 집중해야 한다고 금융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물론 홍콩식 모델만으로 만사 오케이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단순한 양국 간 금융규제 완화 외에도 경제·문화 전반적인 인프라 확충이 수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 동남아 금융 허브를 추진했다가 실패하고 도리어 해외의 단기 투기자금의 놀이터로 전락했던 태국 방콕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태국은 과거 방콕으로의 해외 금융사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대폭 낮춰주는 등 조세지원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후된 금융감독제도와 외환 등 금융시장에 대한 과도한 정부 개입, 우수한 인적자원 미비 등의 한계로 싱가포르에 밀려 금융 중심지로 부각되지 못했다.

우리나라 역시 주변에 일본 도쿄, 싱가포르 등 금융 허브로서의 국제경쟁력 순위가 높은 지역들과 경쟁해야 한다. 아울러 최근에는 중국이 상하이를 새로운 금융 허브로 키우고 있어 추가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위안화를 비롯한 금융 허브로 성공하려면 주변 경쟁도시와 차별화한 포지셔닝 전략이 선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런던과 같은 종합적인 금융 허브냐, 홍콩처럼 일부 금융상품에 특화된 금융 허브냐, 더블린처럼 자국 내 금융시장과 칸막이를 둔 외국인들 간의 별도 금융시장을 완비한 역외금융전문 허브로 갈 것인지 등이다. 아니면 극단적으로 케이맨제도처럼 조세회피처 모델로 갈지 고민해야 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금융 관련 조세 체계의 종합적인 수술, 외환·금융감독 규제의 재편, 금융 숙련인력 확충, 인프라 구축, 외국인 정주요건 개선 등 종합적인 제도 개선과도 연계돼 추진돼야 할 사안이다.

다만 이는 조세·외환 등에 대한 경제주권을 일부 양보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단순한 정부, 업계 차원의 합의로는 이룰 수 없으며 범국민적인 공감대 형성과 계도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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