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리아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세계 증시가 급락했지만 국내 증시는 오히려 외국인의 뭉칫돈이 몰리며 장중 상승 전환할 정도로 잘 버텼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금융위기 우려와 시리아 전쟁이라는 이중 악재가 국내 증시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ㆍ현대차 등 국내 증시의 대표종목에 더해 화학ㆍ철강ㆍ조선 등 수출 중심의 경기민감주의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코스피지수는 28일 1.24% 내린 1,862.51포인트로 시작하며 시리아전의 검은 구름이 국내 증시를 덮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키웠다. 전날 미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데다 일본 증시도 1.90% 떨어진 채 출발해서다. 이날은 최근 우려를 키웠던 인도네시아ㆍ인도 증시도 하락세를 보이며 신흥시장이 요동쳤다. 하지만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는 빠르게 낙폭을 줄여 결국 0.07%(1.32포인트) 내린 1,884.52포인트로 보합세를 나타내며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은 이날 1,223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을 포함해 최근 4거래일 연속 국내 증시를 평균 1,000억원 이상 주워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러 악재에도 외국인들이 '바이(buy) 코리아'를 보이는 것은 국내 시장의 내성이 다른 신흥국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8월에도 견조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국내 시장의 체력이 쌍둥이적자(경상적자ㆍ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인도ㆍ인도네시아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또 외환보유액도 3,300억달러로 적정 수준이어서 시리아 사태로 국제 유가가 올라도 감내해낼 체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리아 공격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고 석유 수입국의 증시도 빠르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 증시에 아직까지 큰 영향이 없는 것은 유가가 어느 정도 올라도 국가 경제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내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이끄는 기업의 실적도 괜찮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지난 2년간 국내 증시를 이끌어왔던 정보기술(IT), 자동차주에 더해 화학ㆍ철강ㆍ조선 업체의 이익이 저점을 찍고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해 국내 증시의 투자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기준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여전히 가격매력이 있다"며 "또 화학ㆍ철강 등의 섹터의 수익이 바닥을 찍고 오르면서 내년까지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경기민감주의 주가가 상승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가 올 들어 선진ㆍ신흥국의 증시와 탈동조화(디커플링)돼 있던 것도 외국인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올 들어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국내 증시는 지난해 말(1,997.05포인트)보다 100포인트 이상 빠져 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상수지 흑자와 국가부채비율ㆍ외환보유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국내 증시의 안정성은 신흥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올 들어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덜 오르면서 여전히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국내 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HSBC 등 외국계 투자은행(IB)도 국내 증시가 신흥국 사이에서 돋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며 IT주와 자동차주를 주워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HSBC는 한국 증시가 매우 저평가돼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는 것에 주목하며 글로벌 경제 사이클을 볼 때 SK하이닉스와 현대ㆍ기아차, 삼성전자 등 대표 종목의 이익이 더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저점을 뚫고 서서히 오르고 있는 소재ㆍ산업재 관련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최근 미국ㆍ유로존ㆍ중국의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가 모두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을 넘어섰다"며 "소재와 산업재 업종 이익도 7월을 기점으로 바닥을 탈출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 전망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한국타이어ㆍ현대하이스코ㆍLG하우시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