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세번째 구제금융 포르투갈

교육 수준 낮아 첨단산업발못붙여…만성적 경기 침체 악순환




고교생 3명중 1명꼴 중퇴
미숙련공 비중도 57.1%로
EU 회원국중가장 높아
산업 선진화에 큰 걸림돌 섬유·신발등 주력산업 조차
亞·동유럽 개도국에 밀려
고교 의무화등 교육 개혁
예산부족으로 엄두도 못내
지난 1978년과 1983년, 그리고 올해까지 벌써 세 번째다. 포르투갈은 지난 1974년 '카네이션 혁명'으로 오랜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화를 달성했지만 경제발전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등 외부에 3차례나 손을 벌리게 됐다. 지난해 5월 그리스와 11월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신청 당시 한바탕 난리를 쳤던 유럽 언론들과 금융시장도 지난 7일 포르투갈 구제금융 신청 때는 잠잠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0.7%에 불과한 허약한 경제 펀더멘털로는 자고 일어나면 국채 가격이 폭락하는 지금의 위기를 감당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낙후한 포르투갈 경제의 원인을 분석하려면 낙후한 교육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포르투갈이 전통적으로 교육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데다 특히 독재자 안토니오 데 올리비에라 살라자르 총리가 집권기간(1932년~1968년) 동안 체제안정을 위해 우민화 정책을 사용한 것이 유럽 최악의 교육 후진국이 된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실제 살리자르 정권 때 의무교육 기간은 3년에 불과했으며 문맹률은 40%에 육박했다. 문제는 독재정권을 뒤엎고 탄생한 민주화 정부들도 교육발전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포르투갈의 처참한 교육상황이 만성적 경기침체의 주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교육 후진국, 포르투갈 = 포르투갈은 1인당 국내총생산(구매력평가 기준)이 2009년 현재 2만2,671달러로 결코 후진국이 아니지만 교육분야 실정은 눈을 의심케 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성인(25세 ~ 64세)들의 고교 졸업률은 28.2%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독일(85%)과 프랑스(70%) 등 유로존 선진국은 물론 아일랜드(69%)와 그리스(61%), 스페인(51%) 등 재정위험 국가들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더구나 고교 중퇴율(2008년 기준)은 무려 37.1%이다. 현재 9년인 의무교육 기간을 마치면 고등학생(10 ~ 12학년) 3명 중 1명 이상이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다. EU 및 OECD 평균인 16.6%와 20.0%에 비해 훨씬 높다. 현실이 이러한데 교육수준이 높길 바라는 건 무리다. 일례로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수학 및 과학교육의 수준은 139개국 중 108위를 기록했다. 안토니오 노보아 리스본대학 총장은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남부유럽은 16세기부터 교육에 문제가 많았다”며 “5세기에 걸친 문화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WSJ은 “포르투갈에서 교육장관의 생명은 수개월에 불과하다”며 “1974년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37년간) 27명의 장관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미흡한 인적자본, 산업 선진화 걸림돌 = 교육이 발전하지 않은 나라에서 산업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포르투갈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낮은 생산성’을 지적하며 그 원인을 ▦ 연구개발(R&D) 투자 부족 ▦ 임금의 하방경직성 ▦ 미흡한 인적자본에서 찾았다. 유로스타트 자료에 따르면 포르투갈은 지난 2009년 기준 미숙련 근로자의 비중이 57.1%로 EU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노동생산성은 EU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지난 10년간 68 ~ 71에 머물렀다. 아일랜드(134)는 물론 스페인(105), 그리스(102)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2000년대 중반 정보기술(IT) 혁명 등 첨단산업이 발전할 토양은 마련될 수 없었다. 포르투갈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기준 포르투갈의 수출에서 섬유산업과 신발산업 등 저급기술(37.4%)과 중저급기술(25.2%)의 비중은 60%를 넘은 반면 첨단기술 분야의 경우 10.2%에 불과했다. 이코노미스트지(紙)는 “그나마 전통적인 섬유산업도 저임금을 앞세운 아시아와 동유럽 개발도상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개혁 필요성 인정하지만… = 조제 소크라테스 총리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교육부문 투자는 비용에 상관없이 최우선 사항”이라며 “포르투갈은 (교육에 대한) 전략과 비전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는 교원평가를 단행하고 고등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을 검토하는 등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교육예산은 전년에 비해 11% 줄어들었다. 당장 재정적자 감축이 시급한 정부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유럽 언론들은 포르투갈이 외부 구제금융을 신청함에 따라 지난달 야당에 의해 거부된 소크라테스 정부의 예산 감축안보다 더욱 가혹한 재정적자 감축안을 수용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교육개혁을 선뜻 시도할 여력도 현재로선 없는 것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에밀리 게이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포르투갈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낮은 성장률로 대표되는 새로운 ‘잃어버린 10년’을 피할 수 있느냐의 여부”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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