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년전 차세대 에너지 사업으로 급부상하며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었던 태양광 시장이 지난 3년간 침체를 겪은 뒤 글로벌 선도 업체들 간의 경쟁 구도로 재편됐는데요. 이런 가운데 한화는 태양광 분야 자회사인 한화솔라원과 한화 큐셀을 합병하며 전세계 태양광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정훈규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중국 업체들로 인한 과잉공급과 최대 시장이었던 유럽연합의 재정위기로 지난 3년간 태양광 관련 기업들은 도미노처럼 쓰러져 나갔습니다. 한화가 2012년 인수한 독일의 태양광 장비회사 큐셀은 2011년 파산 선고를 했고, 2009년 24억 유로, 2010년 10억 유로의 적자를 기록한 ‘보쉬’도 같은 해 태양광 사업을 접었습니다.
국내 사정도 비슷했습니다.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2011년 국내 11개 태양광 셀 제조사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23%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습니다. 이후 ‘미국발 셰일가스’ 영향으로 시장 환경이 더욱 악화되자 수조원씩 쏟아 부었던 삼성과 GS 등 일부 그룹들이 태양광 사업을 접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태양광 분야에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한화케미칼의 태양광 분야 자회사인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이 지난 8일 합병을 선언하고 어제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인터뷰] 남성우 대표이사 한화솔라원
“이번 합병을 계기로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지 4년 만에 생산규모 기준으로 명실상부한 1등이 됐습니다. 수년 내에 매출 등 모든 측면에서 전 세계 압도적인 1등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한화는 셀 생산규모 3.28GW에 이르는 세계 1위의 태양광 회사로 발돋움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합병 이후 한화가 태양광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태양광 시장 위축 여파로 한화는 지난해 태양광 부문에서 1,0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묵묵히 미래 먹거리를 만든다는 신념으로 밀고 나갈 방침입니다.
한화가 이처럼 태양광 사업에 올인하는 배경은 ‘승자독식’ 효과를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시장이 악화됐지만 결국에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을 늘려야만 하는 시대가 올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연적인 구조조정을 거친 후 수요가 확대될 때까지 살아남은 승자가 시장을 독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중국 2위의 태양광 기업인 ‘트리나 솔라’의 가오 지판 회장도 올 초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앞으로 3년 동안 태양광 기업들의 합병이 가속화할 것”이라면서 “3~5개 선도 업체가 2017년까지 시장의 80%를 차지하면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경기는 여전히 침체돼있지만 미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점도 시장 선점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내년 전 세계 태양광시장 수요가 58.3GW로 올해 전망치인 49.6GW보다 17%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치킨 게임 끝낸 태양광 시장에서 승자를 가리기 위한 본격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침체 속에서도 묵묵히 태양광 사업을 이끌어온 한화가 승자로 등극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서울경제TV 정훈규입니다.”
[영상취재 오성재 영상편집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