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미 전작권 전환 무기 연기] 안보 걱정 덜었지만 비용 부담 늘어… '사드' 배치 압력 가중

북핵·미사일 초기대응 가능때까지 보류<br>한강 이북에 미군 잔류 '인계철선' 확보<br>개발 위축 서울·동두천 등 큰 반발 예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 한미안보협의회를 열고 전시작전통제권 재연기에 합의했다. 한 장관이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미국과 협의를 통해 거둔 안보성과는 결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가 닥칠 때마다 미국에 매달려야 하는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났다. 이번 합의의 최대 특징은 전환시기를 정하지 않고 조건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 양에서 질으로 기준을 바꾼 셈이다. 그러나 동시에 잃은 것도 적지 않다. 당장 서울시와 동두천시의 반발이 예상된다. 앞으로 추가 지불할 항목도 많다. 무수한 예산을 쏟아부어야 조건 충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왜 사실상 무기 연기인가=전작권 연기 논의가 처음 공론화한 것은 1987년. 민정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후보가 민족 자긍심을 높이기 위함이라며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에는 전시와 평시의 구분도 없었다. 순조로운 이양을 위해 평시와 전시로 나눈 끝에 김영삼 정부 초기인 1994년 말 평시작전권이 넘어왔다. 전시작전권 전환 일정이 처음 잡힌 것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9년 10월. 2012년 4월 돌려받기로 약속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연기해 2015년 말로 늦추고 이번 협의를 통해 '조건에 의한 전환'으로 굳어졌다.


안보만 놓고 보자면 한국으로서는 미군의 급작스러운 철수 등도 막았고 한강 이북에 전투부대를 붙잡아 유사시 미군이 자동개입할 수 있는 '인계철선'도 확보했다. 그러나 '조건'들이 하나같이 추상적이어서 한미 양국 중 어느 한편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합의가 예상 외로 짧아질 수도 있다. 가령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처럼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대통령이 등장하면 이번 합의는 무력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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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충족하려면 막대한 예산 필요=더 큰 문제는 조건 충족에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조건의 하나인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한국군이 초기 대응수단을 확보하려면 감시·정찰·탐지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한국군은 주요 장비를 확충해오면서도 이 분야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전차나 장갑차같이 눈에 들어오는 무기체계보다 비싸고 운용까지 어려운 이들 무기를 사들여 운용기술을 습득하는 데는 시간과 돈이 필요한데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군 수준의 통신위성이나 고성능 정찰기를 운용하려면 한국의 국방비로는 턱도 없다. 고고도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 및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한국에 대한 구매 압력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환 조건을 충족하자는 명분을 미국은 새로 갖게 됐다.

◇용산·동두천 개발 위축 불가피=미국은 전작권 전환 협상에서 우리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며 실리를 챙겼다. 가장 난제이던 용산 미군기지 잔류를 힘들이지 않게 얻었다. 동두천 소재 캠프 케이시의 전투병력 잔류는 어렵게 성사된 반면 미국이 원했던 용산 미군기지 잔류는 쉽게 풀렸다. 문제는 미군이 원하는 부지가 전체의 14%에 달할 만큼 작지 않아 용산국가공원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용산기지를 국민에게 되돌려준다는 약속이 날아가기 직전이다. 동작대교를 도심과 연결해 서울 도심교통난 해소에 일조한다는 계획도 틀어지게 됐다. 당연히 서울시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동두천시의 경우 미군 이전을 전제로 외국자본을 포함해 대학 캠퍼스 유치 협상까지 진행한 마당에 도시 전체의 중기발전 계획이 뒤틀어지게 생겼다. 동두천시민들은 조직적으로 반대운동에 나설 태세다.

◇기존 협상 틀 사실상 훼손=돈 들어갈 곳은 널렸다. 한미 양국은 이번 협의를 통해 용산기지이전계획(YR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의 틀이 유지된다고 밝혔으나 일정과 달리 미군의 상당수가 남게 되는 마당에 기존 계획이 무의미해졌다. 계약이 바뀔 때 한국의 부담이 늘어나던 전례에 비춰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100억달러가 소요된 평택 미군기지 이전 비용도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던 당초 계획과 달리 한국이 거의 전액 부담하는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다. 용산기지 오염도 다시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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