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현대자동차 노조가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했다. 이로써 현대차 노사의 4년 연속 무분규 단체교섭 타결도 무산됐다. 이번 파업은 대선을 겨냥한 금속노조가 노동법 개정 등 노동계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한 것이지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근로조건 향상과는 무관하다.
노조는 이번 파업이 임금 교섭 결렬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대다수 여론은 금속노조 총파업에 참여하기 위한 고의적 교섭 결렬이라고 본다. 노조가 현 시점에서 파업을 할 뚜렷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별도 요구사항들로 교섭이 어려워졌다.
명분없는 정치파업 내부서도 반발
별도 요구안 중 '타임오프 원상회복'은 회사에 법 위반을 강요하는 것이어서 회사가 수용하기 어렵다.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정규직 채용 등은 이미 노사가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중인 사항으로 단시일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노조가 더 잘 알고 있다. 만일 현안을 해결하고자 했다면 더 많은 논의를 진행했어야지 조급하게 파업을 할 상황은 아니었다.
노조의 명분 없는 파업 강행을 반대하는 내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왜 근로조건과 상관없는 정치파업에 현대차 노조가 앞장서야 하느냐는 것이다. 일부 현장 조직은 유인물을 통해 조합원의 권익과 무관한 상급단체의 정치 투쟁에 조합원을 동원하려는 집행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대의원들은 지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치파업에 이의를 제기했고 파업 후 일부 현장조직 게시판에는 이번 파업을 아쉬워하는 글이 상당수 올라왔다.
실제로 조합원들은 이번 파업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그 기간 중 임금을 포기해야 하고 파업으로 교섭이 장기화될 경우 임금 교섭 성과물을 받지 못한 채 맥 빠진 휴가를 보내야 한다.
현대차 근로자들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정치파업을 통해 아무런 이득도 공감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 2008년 미 쇠고기 수입 반대를 목적으로 한 정치파업에 참여했다가 아무런 소득도 올리지 못한 채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 노조는 20일 금속노조의 2차 총파업 참가를 예고했다. 파업이 문제 해결의 열쇠도 아니고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려는 것처럼 보인다.
현대차 노사는 무의미한 정치 논리나 힘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 논의를 통한 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본교섭이든 실무교섭이든 노사 간 쟁점을 줄이고 의견 접근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합리적 노사관계, 성장·도약에 필수
노조의 요구안 중에는 주간 연속 2교대나 사내하청 정규직화 등 우리나라의 산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건들도 포함돼 있어 더욱 신중한 논의가 요청된다. 산업계가 현대차의 임금 교섭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는 현대차 노조도 현대차가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 중 하나가 합리적인 노사관계라는 주변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소모적인 노사 갈등은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범한 상식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길 기대한다. 현대차는 지난 3년간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치열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다시 불필요한 정치파업으로 현대차의 성장 엔진이 멈추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