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彼知己면 百戰百勝""소비자의 마음을 알아야 물건을 팔 수 있다"는 오래된 경구는 이 책의 처음부터 끝을 관통하는 화두다.
왜 사람들은 '꽝'이 될 걸 알면서도 매주 복권을 사는 걸까? 왜 '오늘까지만 할인' 혹은 '얼마 이상 구매하면 상품권 증정'이라는 문구에 혹해서 생각지도 않았던 지출을 하는 걸까? 점심은 김밥 한 줄로 대충 해결하고 밥값 보다 더 비싼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속마음은 뭘까?
'대통령과 루이비통'은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답을 내려주는 책이다. 특히 '한국' 소비자의 마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문화 및 정치ㆍ경제 상황 등이 다른데도 외국의 이론을 한국에 적용해 설명하는 기존의 마케팅 책들과 달리 이 책에는 '한국 사회'의 모습, '한국인'의 사례가 담겨져 있다.
저자인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 교수는 교육열, 디지털 활동, 프로야구 붐, 명품소비 등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소비행위를 연구한 끝에 '야구 팬의 여섯 가지 유형''디지털 신인류''명품소비 심리코드' 등 숨겨져 있던 소비자의 마음을 수면 위로 끌어낸다. 지금까지 소비자를 단순히 물건을 팔 대상으로만 보고,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유도 모르면서 마케팅 전략을 짜느라 머리를 싸맸던 마케터들이 이 책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저자는 책에서 사람들이 하는 행동 대부분이 소비행위라고 주장한다. '시장에 나온 상품 가운데 가장 그럴듯한 것을 선택하는 행위'가 소비라면, 여러 가능성 중에서 가장 마음을 끄는 것을 선택하는 행위 역시 소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도 소비행위가 될 수 있다. 현실에서의 소비가 다양한 물건으로 나타난다면, 선거는 소비자의 마음이 구체적인 인물이나 정당이라는 대상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보여준다. 형식적으로 선거는 우리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인물을 뽑는 정치 행위에 해당하지만 이것은 각기 다른 소비자의 마음을 표현하는 아주 구체적인 소비행위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 선거와 명품 가방 구매의 경우, 선택을 위해 우리가 들이는 정성은 후자 쪽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대의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대통령 선거가 명품 가방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만 소비자 개인으로서는 자기 돈 들여서 명품 가방 사는 일이 더 절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통령과 루이비통'은 기존의 마케팅 관련 서적들과 다른 관점으로 소비자를 바라본다. 다른 책들이 기업의 입장에서 소비자를 '물건을 팔아야 할 대상'으로 보고 '어떻게 하면 지갑이 열리게 할까?'만 고민했다면 이 책은 매출보다는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주력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알아야 소비행위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