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의 대표기구인 주중유럽상공회의소는 13일(현지시간) '경쟁법(반독점법)이 가격인하를 압박하기 위한 행정적 수단이나 특정 기업을 해칠 목적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서슬 퍼런 중국 사정당국에 외국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해부터 중국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잇따라 적용해 외국 기업들에 전방위 압박을 하고 있다.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MS)·크라이슬러·아우디·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최근 중국 반독점당국의 리스트에 올라간 기업들이다. 중국 측은 이들 업체가 "불법 담합 등으로 제품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 소비자에게 강요하고 있다"면서도 보다 구체적인 위반 사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국 기업 및 전문가들은 경쟁력이 약한 자국 기업 및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차별적이고 강압적인 법 적용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유럽상공회의소는 "중국 당국이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에 충분한 발언권을 주지 않은 채 처벌을 받아들이라고 협박하고 있다"며 "법률가 혹은 정부의 조언을 받거나 조사에 저항하는 행동을 일절 하지 말라고 종용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유럽 기업들의 공개비판에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중국 당국은 "국내 및 외국 기업에 똑같이 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 법대의 쉬잉지에민 교수는 "(중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가 자기 나라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한다"며 "중국 정부의 행동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국무원 산하 반독점위원회에서 자문을 맡았던 경제학자인 장신주 중국 사회과학원 이코노미스트를 해고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반독점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퀄컴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은 혐의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외국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 괘씸죄가 적용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