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석유화학공장가면 동물원이있다

폐수 재활용 연못에 청둥오리… 단지내 공원엔 사슴…<br>현대오일뱅크·삼성토탈 등<br>"환경오염 주범 오명 씻자"<br>지역주민·학생들에 개방<br>친환경 이미지 제고 한몫

삼성토탈 대산공장 내에 조성된 친환경 생태공원‘내추럴파크’의 연못에서 오리들이 물위를 노닐고 있다. /사진제공=삼성토탈


충남 서산의 대산 석유화학산업단지 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는 늘 거위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공장 내 '미니 동물원' 안에 칠면조ㆍ꽃사슴 등과 함께 동거하는 거위들이 질러대는 소리다.

우뚝 솟은 공장 굴뚝에 거대한 파이프라인만 연상되는 대산 석유화학단지에는 요즘 동물원과 생태공원 만들기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삼성토탈 등은 화학공장에 만든 동물원과 공원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함으로써 삭막한 내부 분위기도 바꾸고 회사의 친환경 이미지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9월부터 대산 공장 내에 오리와 거위를 비롯해 닭ㆍ칠면조ㆍ사슴ㆍ염소 등을 기르기 시작했다. 공장단지 안에 동물을 키우게 된 것은 연간 3만명이 넘는 손님들이 찾는 공장의 풍경이 자칫 삭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렇게 시작된 '동물원 만들기 프로젝트'가 주변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탱크로리 운전기사들은 자신이 키우던 토끼와 오리를 기증했고 낚시를 좋아하는 직원들은 주말에 잡은 잉어를 내놓았다.


정성이 하나둘 모인 덕분에 미니 동물원에는 현재 닭 30마리와 청둥오리 20마리를 비롯해 칠면조ㆍ호로조ㆍ염소ㆍ꽃사슴ㆍ토끼 등 총 100여마리의 동물들이 함께 살고 있다. 또 지난해 제2고도화설비 공사와 함께 만들어진 대형 배수로에는 오리 200마리와 잉어 50여마리가 물 속을 노닐며 수질오염에 대한 우려를 깨끗이 씻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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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 삼성토탈 대산 공장에서는 자연과 동물들이 한데 어우러진 친환경 생태공원을 만나볼 수 있다. 공장이 지어질 당시 매립 과정에서 생겨난 웅덩이를 공원으로 만든 내추럴파크의 연못에는 미꾸라지ㆍ잉어ㆍ붕어 등이 공정 중 발생한 폐수를 재활용한 물속에 서식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동물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갖춰진 덕분에 철새인 흰뺨검둥오리들이 몇 대째 정착해 사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또 고라니 60여마리와 너구리ㆍ오소리ㆍ꿩 등 인근의 야생동물들을 위해 공장 내 녹지를 조성해 만든 에코파크는 사람과 동물이 공생하는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각광을 받으며 지역주민과 학생은 물론 해외 바이어들의 필수 답사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석유화학공장은 유해한 물질을 생산한다는 점 때문에 환경오염의 주범처럼 인식돼왔다"며 "하지만 친환경 시설투자를 통해 환경친화적인 공간으로 새로 거듭나고 있는 만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각 기업들마다 동물원과 생태공원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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