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틀에 갇혀 산 한 남자의 따뜻한 일탈

영화 '마테호른' 어제 개봉


아침식사 시간이 되면 식탁에 식사를 차려 놓고, 정해놓은 식사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시간이 되면 그제서야 밥을 먹기 시작한다.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다기 보다는 정해놓은 규칙을 따르기 위해 사는 사람 같다. 식사뿐 아니라 그 외 생활도 마찬가지다. 주일이면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찬송가를 부르고 집으로 오고, 마트에 들러서 정해놓은 쇼핑 아이템을 구입한다.

영화 '마테호른(사진·감독 디데릭 에링어)'의 주인공 프레드가 그렇다. 그는 시간을 알려주는 주방의 시계와 아내와 아들 사진이 담겨있는 벽걸이 액자와만 눈을 마주친다. 프레드는 '규칙'을 벗 삼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을 어떤 감정의 변화도 있어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말은 알아듣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노숙자 테오를 알게 된다. 오갈 데 없는 그를 집에 들이면서 프레드의 규칙적인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그 과정에서 그와 아내 그리고 아들이 어떻게 헤어졌는지에 대한 사연이 하나 둘씩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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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테호른'은 마치 관객이 프레드를 처음 만나고, 폐쇄적인 그가 자기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가 마침내 털어놓는 듯한 느낌을 준다.

테오로 인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이 잔잔한 영화가 주는 수면효과를 제거한다. 이를테면 양이나 염소 흉내를 내는 장면에서는 '응답하라 1994' 시리즈 에서 당황스러운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효과음으로 사용됐던 '음메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또 프레드는 테오와의 관계를 동성애로 오해받고 마을의 '악마'로 왕따가 되는데 이는 반전 포인트가 된다.

영화의 제목인'마테호른'은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 사이에 위치한 4,478미터 높이의 피라미드형 봉우리로, 프레드가 테오가 함께 여행을 가려는 곳이기도 하다.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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