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에너지기술연 강성규박사

서울경제신문과 한국과학재단이 제정한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제22회(1월) 수상자로 에너지기술연구소의 강성규 박사가 선정됐다. 姜박사는 염색, 코팅공장 등에서 폐기가스와 함께 내버리는 벤젠·톨루엔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회수한 뒤 이를 다시 사용하는 「폐가스 순환형 촉매연소 건조기」를 개발해 이 상을 받았다. 그의 연구활동을 소개한다.【편집자주】강성규 박사는 「늦깎이」다. 그는 42살때 박사학위를 받았다. 남들 같으면 대학교수나 선임연구원으로 부임해 정신없이 자기 연구에 몰두할 때였다. 그것도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는 머나먼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姜 박사가 늦은 것은 박사 학위만이 아니다. 그는 서른 살에 대학원에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6년만에 대학원에 들어가고, 석사를 딴 뒤 다시 7년만에 박사 과정에 도전한 것이다. 姜 박사는 이런 자신의 인생을 「바람을 잡으려고 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가 잡으려던 바람은 때로는 주위 환경 때문에, 때로는 姜 박사의 실수로 그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한번 지나간 바람은 오랜 뒤에야 다시 불었다. 姜 박사가 첫번째 바람을 놓친 것은 집안 형편 때문이었다. 그는 졸업할 무렵 홀로 할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할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그는 공부를 포기하고 대신 풍농비료공업㈜이라는 회사에 들어갔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연구에 재미를 붙였어요. 대학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죠.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뒤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6년만에 돌아온 대학은 생각만큼 그를 반겨주지 않았다. 6년동안 바뀐 것이 너무 많았다. 그는 대학원에 와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보았다. 졸지에 컴맹 신세가 되었다. 커리큘럼도 온통 새로 배우는 과목 투성이였다. 그는 그 시절을 『꽃샘 바람이 불었다』며 웃는다. 姜 박사는 석사를 마친 뒤 미련없이 상아탑을 떠났다. 그렇게 그는 두번째 바람을 떠나보냈다. 姜 박사는 잠시 한국정수공업㈜이라는 회사를 거쳐 에너지기술연구소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그곳에서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연구에 푹 빠졌다. 그가 매달린 것은 「석탄 연소」. 80년대 초반만 해도 오일쇼크의 충격이 남아 있어 석탄을 석유처럼 이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했다. 잡을 수 없는 바람인 「불」을 연구하는 것도 그와 딱 맞았다. 『연구가 천직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왜 박사 과정을 밟지 않았나 후회하기도 했죠.』 몇 년동안 석탄을 만지느라 정신이 없던 그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정부 장학생으로 뽑힌 것이다. 그는 86년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국 땅에서 姜박사는 다시 한번 늦깎이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꼈다. 프랑스어를 한번도 배운 적이 없어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자기가 쓴 리포트를 다른 동료가 가로챘는데도 변명한번 제대로 못한 적도 있었다.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인들은 말이 서툰 그를 깔보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를 대하는 동료들이 달라진 것은 컴퓨터 때문이었다. 동료 중 하나가 그에게 낯선 컴퓨터 프로그램을 건네주었다. 눈치를 보니 그들이 여러 달 매달리고서도 풀어내지 못한 모양이었다. 姜 박사가 석달을 매달려 그 프로그램을 풀어내자 그들은 조금씩 姜박사를 동료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릴 대학과 섹샤르 연구소를 오가며 연구에 몰두하던 그는 프랑스로 떠난지 5년만에 마침내 박사라는 바람을 잡았다. 대학에 들어간지 24년만에 딴 박사학위였다. 그때만큼은 「평생 먹고 살 것 다 챙긴」심정이었다. 그러나 바람은 또한번 그를 배신했다. 그가 평생의 과제로 삼았던 석탄연소 연구가 한국에서 퇴출됐다. 그가 프랑스에 가 있는 동안 석유 공급이 안정돼 더이상 연구의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연구소에 돌아오니까 한 팀을 맡기더군요. 아무 연구 주제도 없이 알아서 하라는 거였어요. 몇 달동안 손가락만 빨았죠.』 그러나 「포기」라는 말은 姜 교수의 전공이 아니었다. 그는 도서관을 집으로 삼았다. 그곳에서 폐타이어 연구를 찾아 냈다. 폐타이어를 태워 깨끗한 바람으로 바꾸는 연구였다. 바람만큼은 자신있었던 그는 폐타이어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많은 바람을 잡아냈다. 이번에 상을 받은 「촉매연소 건조기」도 더러운 바람을 잡아내는 장치다. 벤젠, 톨루엔같이 환경에 해로운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더러운 바람이다. 공장에서 나오는 폐기가스 안에는 이같이 더러운 바람이 가득 들어 있다. 그는 폐기가스에서 더러운 바람을 말끔없이 잡아냈다. 姜 박사는 더러운 바람을 태워 다시 에너지로 사용한다. 에너지 재활용인 셈이다. 더러운 바람은 촉매를 통해 불꽃이 없는 불바람으로 바뀐다. 불바람은 불꽃이 없어 옷을 말리거나 코팅하는데 딱 알맞다. 그는 지금도 바람을 잡는데 여념이 없다. 이제 그가 잡는 바람은 자신의 바람이 아니다. 자기 아래에 있는 팀원들의 바람이다. 연구가 막힐 때면 그는 같이 밤새 고민하고, 전화하다가도 좋은 생각이 나면 불러서 연구원들의 바람을 잡아준다. 특히 「공부」라는 바람을 일찍 잡지 못했던 그는 요즘 산·학 협동으로 연구소에 들어온 대학원생의 공부를 도와주는 걸 가장 큰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대전=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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